[Focus]앙드레 김, 벽지에 문화를 담다
[Focus]앙드레 김, 벽지에 문화를 담다
  • 이보경 기자
  • 승인 2008.12.0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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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벽지에 문화를 담다
Andre Kim Wallcovering

 

평생 아름다움만을 좇으며 살아온 앙드레김이 생활디자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벽지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담아내고 있다. 최근 앙드레 김은 한 벽지 제조업체와 디자인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브랜드 런칭을 기다리고 있다. 가전, 침구, 그릇, 조명에 이어 이제는 벽지에서도 앙드레 김 특유의 고급스럽고 화려한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벽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6년 전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우리 집의 단조로운 벽이나 천정과 달리, 어쩌다 누어본 병원 천정의 아름다움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이것이 아마도 무의식 속에 남아 있었나 봅니다.”
2009년 2월 런칭되는 앙드레김 벽지는 평소 그의 스타일대로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그가 늘 강조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건 사치가 아니라 본능’이기에 衣(의), 食(식)에 이어 住(주)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다움은 제가 추구하는 최대의 인생목표입니다. 어린 시절에도 잠자리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벽지 문양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순 없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화수준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럽 등 고급 벽지가 많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 맞설 수 있는 멋진 벽지를 만들 생각입니다.”
앙드레 김 디자인의 주요 모티브는 건축과 음악, 자연 등이다. 그는 로코코·비잔틴 양식의 건축물과 조각, 미켈란젤로·라파엘로 등의 벽화를 보며 기품 있는 왕실 문양을 만들어 낸다. 또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세계적인 심포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를 즐겨 관람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 또한 그에게는 신선한 영감의 중요한 매개체. 특히 벽지 디자인을 고안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문양이 매화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모습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있어 자연의 또 하나의 예술인 것이다. 
엘레강스 한 왕실문양은 앙드레 김 브랜드의 우아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대변하는 표상이다. 앙드레 김 벽지 또한 웅장하고 화려한 왕실의 느낌을 바탕으로 디테일한 디자인 요소를 살려 로하스적인 하이앤드 리빙 문화를 선도할 것이다.
2009년 출시될 앙드레 김 벽지는 총 5종으로 디자인된다. 왕실에서 사용하는 색감과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또 절제된 문양으로 달콤한 느낌의 로맨틱 요소들을 표현하고, 친환경 소재로 인체에 가장 편안한 느낌을 살려 기쁨과 행복을 표현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패션뿐 아니라 화장품, 향수 등을 비롯해 가구·산업디자인까지 그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는 일은 전 세계 디자이너의 꿈이고 소망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적·예술적 가치를 여러 분야로 전개시키는 일이 쉽진 않지만,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베르사체와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모두 이루어내었죠.”
세계적인 명성,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며 완성해온 그는 이번 벽지 런칭 또한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되는 작업이다. 청년 못지않은 열정과 의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는 벽지가 단순히 벽을 마감하는 요소가 아니라 벽지 그 자체가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 앙드레 김은 디자이너로서의 행복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행복에도 푹 빠져 있다. 입양한 아들과 늦게 얻은 며느리, 그리고 이란성 쌍둥이인 손자와 손녀, 여기에 막내 손녀까지.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으며 할아버지 역할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쌍둥이들의 네 번째 생일 파티를 여는데,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모릅니다. 테이블 세팅은 물론 꽃과 풍선장식까지 일일이 간섭을 했지요. 특히 아이들이 즐거워할 모습을 상상하며 피에로도 부르고 비둘기가 나는 마술쇼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올해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기흥에 있는 새 별장에서 오붓한 겨울을 보낼 계획이다. ‘앙드레 김 디자인 연구소’로 명명된 이곳은 12월 완공 예정인데, 그동안 그가 수집해온 각종 조각품과 미술품을 전시하고, 지인들을 초청해 패션쇼도 열 공간이다. 건물 외관은 물론 인테리어, 정원디자인까지 모두 그가 진두지휘 했다. 지붕은 작은 오두막집처럼 세모로 만들었고, 거실 벽면 한쪽에는 벽난로도 설치했다며 자랑한다. 특히 아름다운(?) 마음으로 철통경비를 설 수 있도록 ‘편안하고 아름다운 경비실’을 만들었다며 기뻐한다. 경비실에 화장실과 샤워실, 푹신한 침대와 오븐, 가스레인지까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모두 구비시켜 편리하도록 했다.
칠십 평생을 잠시도 쉬지 않고 일에만 전념해온 그. ‘일 자체가 삶의 활력소’라며, 외로움을 많이 타 일하지 않는 날은 고문과도 같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한다. 디자인이 좋아 ‘연휴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아직도 청년과 같은 열정과 영감으로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다.
올 연말 유니세프 행사, 해외 패션쇼 등 정신없는 스케줄 중에도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생각하며 즐거워하는 그는, 어느 집 단란한 보금자리에 붙여져 있을 자신의 벽지를 상상하며 더욱 행복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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