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추억 여행 떠날까? 군산 시간여행마을
우리 추억 여행 떠날까? 군산 시간여행마을
  • 백선욱 기자
  • 승인 2024.02.2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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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시간여행마을에서 만나는 정겨운 풍경
군산 시간여행마을에서 만나는 정겨운 풍경

레트로(retro)가 유행이다. 단순히 옛것을 따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문화다. 군산 시간여행마을은 대표적인 레트로 여행지다. 다양한 근대건축물과 1980~1990년대 감성을 오롯이 간직한 골목 풍경이 정겹다. 어설프게 재현한 공간이 아니라, 그 속에 우리네 이웃의 삶이 여전히 흘러 특별한 시간 여행지다.

시간여행마을을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출발지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다. 이름 그대로 군산의 근대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수탈의 기록이 대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왼쪽으로 웅장한 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제가 대륙 진출을 목적으로 건설한 군산 어청도등대(국가등록문화재)를 실물 크기로 재현해 더욱 실감 난다.

3층 근대생활관에서는 채만식이 장편소설 탁류에 미두장으로 그린 군산미곡취인소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군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당시 최고 번화가 영동상가 앞에는 인력거에 올라 사진을 촬영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임피역도 전시장 한쪽에 세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일본인 지주의 횡포에 저항한 옥구 농민 항쟁 기록, 일제강점기 여의도 10배에 이르는 땅을 소유했다는 구마모토 농장의 토지 목록, 일본식성명강요(창씨개명) 호적 원부 등은 보는 이에게 씁쓸함을 남긴다.

군산근대미술관 전경_권다현촬영
군산근대미술관 전경
일본 근대건축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 군산세관 본관
일본 근대건축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 군산세관 본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바라보고 왼쪽에 호남관세박물관이 자리한다. 1908년에 세운 구 군산세관 본관(사적)으로, 국내에 현존하는 대표적인 서양 고전주의 건축물이다. 고딕 지붕과 로마네스크 창문, 영국 스타일로 처마를 낸 현관 등 이국적이고 화려함을 강조한 일본 근대건축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물관 내부는 군산세관의 역사, 시대별 수출입 품목과 밀수품, 역대 세관장과 관복의 변천사 등 색다른 볼거리로 채웠다. 박물관 뒤쪽에 같은 해에 지은 세관 창고를 활용한 카페도 있다.

이제 발걸음은 군산근대미술관과 군산근대건축관으로 향한다. 군산근대미술관은 일제강점기 곡물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해 설립한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국가등록문화재)을 보수·복원해 사용 중이다. 대형 금고가 있던 자리를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감옥을 재현한 전시관으로 꾸며 그 의미를 더한다. 군산근대건축관은 1922년에 건립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국가등록문화재) 건물이다. 한일 강제 병합 기념엽서, 우리 민족의 금융자본을 수탈할 목적으로 강요한 애국저축통장 등 뼈저린 아픔의 역사를 전시한다.

시간 여행은 일제강점기 군산항 구축 공사 때 만든 반원형 터널 군산 해망굴(국가등록문화재)을 거쳐 초원사진관으로 이어진다. 초원사진관은 1998년에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촬영지로, 허름한 차고를 사진관으로 꾸몄다. 불치병에 걸린 사진사 정원(한석규)과 주차 단속원 다림(심은하)의 담백하면서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어, 촬영 후 철거한 사진관을 복원했다.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 덕분에 영화 팬은 물론 젊은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 내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 내부
고급 목재와 호화로운 장식으로 꾸민 신흥동 일본식 가옥 내부
고급 목재와 호화로운 장식으로 꾸민 신흥동 일본식 가옥 내부

시간여행마을은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국가등록문화재)과 동국사도 아우른다. 과거 히로쓰 가옥으로 불린 이 집은 근세 일본 무가의 고급 주택인 야시키 형식으로 지었다. 당시 신흥동 일대가 일본인 부유층 거주지인 만큼 본국에서 직수입한 고급 목재와 호화로운 장식으로 사치스럽게 꾸몄다.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에도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경내에 일제의 만행을 사과하는 일본 승려들의 참사문비와 평화의소녀상이 있다.

대장봉에서 만나는 고군산군도의 한 자락
대장봉에서 만나는 고군산군도의 한 자락

군산 하면 고군산군도를 빼놓을 수 없다. 고군산군도는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 군락을 일컫는다. 특히 대장도에 있는 대장봉(142m)에 오르면 장자도와 선유도, 무녀도, 관리도, 방축도 등 고군산군도의 한 자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장자도와 선유도를 잇는 장자교스카이워크도 가깝다. 고군산군도에 속하는 선유도는 신선이 노니는 섬이란 이름처럼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이 작은 섬에 선유낙조, 명사십리, 장자어화 등 선유8경이 따로 꼽힐 만큼 예부터 매력적인 여행지다.

자료 한국관광공사 / ·사진 권다현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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