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 침체 및 부동산 시장 냉각이 지속되면서, PVC장판(륨, 시트 바닥재, 이하 장판)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 매매거래량 및 전월세 거래량이 하락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줄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장판 시장의 물량 규모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었다. 지난해 업계는 인플레이션, 전쟁, 고환율 등 영향으로 상승한 원자재 가격을 제품가에 반영해 일부 수익성을 방어했다. 하지만, 올해는 저가 경쟁이 붙으면서, 대다수 업체가 판매가를 오히려 인하했다. 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말만이 아니라 실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졌다.
다만,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제품 수요 감소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것이지, 제품 자체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과거보다 좋아졌다. 실제, 장판은 층간소음 완화 기능이 있는 기능성 바닥재로 인기를 끌고 있고, 유아와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안전한 바닥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물량 규모 1600만평, 전년比 16% 하락
올해 장판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 폭이 크다. 국내 장판 제조업체의 1월~10월 유통물량을 토대로 올해 물량 규모를 산술적으로 계산한 결과, 올해 국내 시장에는 총 1600만평의 장판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1900만평)와 비교하면 약 16% 하락한 수치다. 후발주자들의 유통물량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선두권 업체들의 물량 감소율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규모가 축소한 가장 큰 이유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꼽힌다. 보통 이사를 하면, 바닥재를 교체하거나, 도배를 새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 이유로 주택 거래가 줄면서, 인테리어 자재의 수요가 함께 감소했다.
실제, 장판 수요가 높은 아파트 외 주택의 경우,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계 주택 매매거래량이 9만538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4% 감소했다. 전체 전월세 거래량도 올해 8월 누계 기준, 188만2478건으로 전년 동기(200만8960건) 대비 6.3% 줄었다.
신축 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8월 누계 기준, 전국 주택 준공은 23만9059호로 전년 동기(25만8669호) 대비 7.6% 감소했다. 특히, 아파트 외 주택은 4만7533호로 전년 동기 대비 21.8%나 줄었다.
주택 매매거래량은 올 초, 저점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시장이 위축되고, 여기에 올해의 경우 가격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트 바닥재라고도 불리는 장판은 쿠션층으로 인해 보행감이 뛰어나고, 안전성도 갖춘 바닥재다. 또한, 열전도율이 높아 난방 효율이 우수하고, 시공이 간편하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1.8mm부터 6.0mm까지 두께가 다양하며, 두께에 따라 가격은 최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격 경쟁 심화, 수익성 악화
설상가상으로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 업계는 인플레이션, 전쟁, 고환율 등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수익성 방어를 위해 제품 가격(도매가, 제조사에서 대리점에 납품하는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올해는 업체 간 가격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제품 가격을 오히려 인하했다. 특히, 선두권 업체들이 한두 차례에 걸쳐 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낮췄다.
이는 매출 확보, 공장가동률 유지 등 이유와 함께, 그동안 가격으로 승부해 온 후발주자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판매량이 가장 높은 1.8mm 제품 기준으로, 지난해 선두권 업체의 제품 가격은 후발 업체와 20%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하지만 올해 가격 조정으로, 가격 차이는 약 10% 수준으로 좁혀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선두권 업체들이 매출 및 시장점유율 확보, 공장가동률 등을 고려해 공격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가격이 2021년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은 당연히 악화되었다. 특히, 원래 마진이 없다시피 했던 1.8mm 제품은, 말만이 아니라 실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 빠졌다. 여기에, 시장 위축으로 생산라인 가동일수는 줄고, 전기료, 인건비 등 유지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수요와 수익성은 하락하고, 유지비는 상승하고 있다”며 “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PVC, 가소제 등 원자재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시장이 위축되면서,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2.2mm 이상의 중고가 제품 및 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이 줄고, 저가 제품인 1.8mm 제품 위주의 시장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국내에서 장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LX하우시스, 현대L&C, KCC글라스, 재영, 진양화학, 동화기업, 녹수, 대진, 선영화학, 성남화학 등 10곳이다. 시장점유율은 LX하우시스가 약 40%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현대L&C, KCC글라스가 각각 15~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재영이 10%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진양화학, 녹수, 대진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7%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제품 출시로 경쟁력 강화
다만, 이처럼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선도 업체들은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대표적으로 올해 LX하우시스는 인기 바닥재 제품 ‘LX Z:IN 바닥재 지아자연애’의 2023년형 리뉴얼 신제품을 출시했고, 현대L&C는 고탄성 쿠션층이 적용된 고품격 차음 바닥재 ‘아티움(Artium)’을 론칭해 눈길을 끌었다.
KCC글라스의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씨씨 인테리어는 아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 적합한 PVC바닥재인 ‘숲 도담’을 리뉴얼 출시했고, 친환경 바닥재 전문 기업 재영(Jflor)은 프리미엄 기능성 바닥재 ‘아이잠(4.5, 5.0, 6.0)’ 신규 샘플북을 출시해 시선을 모았다.
녹수는 바닥재의 주요 원료를 탄소저감 원료로 전환한 지속가능한 바닥재 콜렉션인 LVS+Green를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시장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그럼에도 업계 선도 업체들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과 우수한 기능성을 갖춘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층간소음 완화·반려동물 바닥재로 호응
또한, 올해 시장은 다소 위축되었지만, 시장 자체의 전망은 부정적이지 않다. 올해 수요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 제품 자체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장판은 다양한 장점과 기능성이 부각되면서, 인테리어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두께 2.2mm 이상의 쿠션감이 있는 장판이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안전한 바닥재로 평가받으며 펫테리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충격 흡수 기능이 있는 장판은 반려동물이 뛰거나 점프 시 관절에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해 관절 보호에 효과적이다. 여기에 이음매가 적어 반려동물의 용변 실수에도 잘 스며들지 않아 관리가 용이하다. 또한, 일반 바닥재는 반려동물에게 미끄러워 관절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티슬립(Anti-slip) 기능이 있는 장판도 선보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LX하우시스 ‘LX Z:IN 지아사랑애’, 현대L&C ‘소리지움 5.0’, KCC글라스 홈씨씨인테리어 ‘숲 도담’ 등으로, 이 제품들은 ‘반려동물 제품인증(PS인증, Pet Product Safety Certification)’도 취득해 반려동물에 대한 안전 적합성도 검증받았다.
층간소음 완화 기능이 있는 기능성 바닥재로도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비교적 딱딱한 마루, 타일 등과 달리 장판은 쿠션층이 있어 경량충격음 감소 효과가 있다. 두꺼울수록 효과가 우수하며, 고쿠션 장판은 충격 흡수 기능으로 보행감이 탁월하고 안전성까지 갖추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장판은 안전성과 보행감이 우수하고, 경량충격음 감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기능성 바닥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미끄럼 방지 성능까지 갖춘 바닥재는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펫팸족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