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두고 걷기 좋은 길, 부산 금정산성
가까이 두고 걷기 좋은 길, 부산 금정산성
  • 이보경 기자
  • 승인 2023.06.28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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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성 4망루에서 즐기는 시원스런 풍경
금정산성 4망루에서 즐기는 시원스런 풍경

부산 금정산은 금정구 금성동·구서동·남산동·청룡동·부곡동, 동래구 온천동, 북구 화명동·만덕동에 걸쳐 있다. 공식 안내 지도에서 27개 지정 등산로를 소개하지만, 주민들이 찾는 샛길을 포함하면 무려 100여 개 진입로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일상 가까이, 언제든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산이다.

금정산성(사적)은 금정산 꼭대기에서 동남쪽·서남쪽 능선과 계곡을 따라 축성했다. 금정산성 입구에 ‘18845M’ 포토존이 있는데, 산성 둘레 18845m를 뜻한다. 우리나라 산성에서 가장 큰 규모다. 둘레가 너무 길어 수비군이 부족했을 정도다.

금정산에 오르는 길이 워낙 많다 보니 금정산성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현지 해설사가 추천하는 가장 매력적인 코스는 동문에서 출발해 3망루와 4망루로 이어지는 길이다.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데, 완만한 숲길에서 가파른 암벽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져 걷는 맛이 빼어나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한 나무 덕분에 초여름의 상쾌함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금정산성 동쪽 고갯마루를 지키는 동문은 해발 415m에 자리한다. 꽤 높게 느껴지지만, 203번 버스를 이용하면 정류장에서 도보 5~10분 거리다. 금정산성 축조와 함께 설치한 동문은 일제강점기에 허물어져 일부만 남은 것을 1972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진입로가 성문보다 낮아 웅장한 기세를 자랑하고, 구불구불한 지형을 이용해 앞쪽에서 성문이 잘 보이지 않도록 방어력을 높인 점도 흥미롭다. 30~40분 걸으면 3망루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만난다. 나비바위와 부채바위 사이에 있는 3망루는 해발 550m 암벽에 절묘하게 얹혀 눈길을 사로잡는다.

4망루로 오르는 길에 만난 탁월한 전망
4망루로 오르는 길에 만난 탁월한 전망

목적지인 4망루까지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단번에 힘을 쏟기보다 가끔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기 바란다. 경사에 비례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펼쳐지기 때문. 해발 620m 주 능선에 있는 4망루는 외성과 중성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의상봉이, 서쪽으로 낙동강이, 동쪽으로 금정구 일대 아파트가 즐비해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걷기에 자신 있는 이는 여기서 1.5km 떨어진 북문으로 향하자. 4개 성문 중 가장 투박하지만 담백한 건축미가 돋보인다. 북문에서 900m 더 가면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이 기다린다.

금정산성 등성이까지 편리하게 오르는 금강공원 케이블카
금정산성 등성이까지 편리하게 오르는 금강공원 케이블카

금정산성을 조금 편하게 오르는 방법도 있다.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 1966년에 개통한 케이블카는 해발 540m 금정산 등성이까지 왕복 운행한다. 남문 근처에 조성 예정이던 종합 위락 단지 수송편으로 설치했다가 1972년부터 민간에서 운영한다. 당시 국내 최장 1260m, 오가는 내내 금정산의 짙푸른 숲과 부산 시가지 전망이 눈에 담긴다. 최근에는 이곳 케이블카 특유의 레트로한 매력에 빠진 젊은 이용객도 늘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15분 남짓이면 상부정류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1.5km 거리에 남문이 있다. 남문은 동제봉과 상계봉을 잇는 능선 사이 잘록한 고개에 세웠다. 건축양식은 북문처럼 단순하고 소박하다. 산성고개와 도로로 연결되고, 만덕동과 덕천동 등 인근 마을에서 이어지는 등산로도 많아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서문은 성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만들었다. 낙동강에서 대천천을 따라 금정산성마을로 들어서는 입구가 서문 위치다. 해발고도는 가장 낮지만, 왜적의 진입로로 쓰일 확률이 높아 중요성이 가장 컸던 곳이다. 방어에 유리하도록 계곡을 활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서문 왼쪽은 지형이 험준해 등산로도 없는 석문 능선이고, 오른쪽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파류봉(파리봉)과 연결돼 천연 요새 역할을 했다. 건축양식 또한 견고하고 화려해 가장 아름다운 성문으로 평가받는다.

 

신비로운 풍광의 금샘
신비로운 풍광의 금샘

등산 애호가라면 단연 최고봉인 고당봉에 자리한 금샘에 올라야 한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황금빛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 샘에서 놀다 갔다고 한다. 이름과 달리 금샘은 물이 솟는 게 아니라 빗물이 고인 것인데, 깊이 50cm가 넘는다. 안개의 영향으로 웬만해선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금정산이란 이름도 이 샘에서 유래했다.

금정산 자락 해발 400m 분지에 모여 앉은 금정산성마을은 금정산성에 오르지 않더라도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부산 사람들에게 인기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공기를 즐길 수 있고, 흑염소불고기와 오리불고기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 금정산성을 거닐고 마시는 막걸리 한잔의 여유도 유혹적이다.

자료 한국관광공사 / ·사진 권다현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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