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5월 18일부터 2024년 2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 2021년~2022년, 2회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동산 박주환 컬렉션' 작품 209점 중 90여 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보인다. 동산방화랑 설립자 고(故) 동산 박주환(1929-2020) 대표가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現 동산방화랑 대표)이 기증한 ‘동산 박주환 컬렉션’은 한국화 154점을 포함한 회화 198점, 조각 6점, 판화 4점, 서예 1점 등 총 209점이다. 동산방화랑은 1974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개관한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서 신진 작가 발굴과 실험적인 전시 기획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화 소장품 수는 총 1,542점이 되어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전시는 기증작 중 192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한국화의 변모와 실험의 단층들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구성된다. 전시 제목에서 ‘동녘’의 의미는 기증자의 호인 ‘동산(東山)’을 기념하는 동시에 해가 떠오르는 이상향의 자연을 상징하며, 근대 이래 한국화가들이 꿈꾸고 그려온 삶의 세계와 비전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 주제를 관통한다. 사진사이자 사군자 화가로서 한국 근대미술의 미적 가치를 탐구한 김규진(1868~1933)부터 현대인의 삶을 수묵으로 표출하는 유근택(1965~)에 이르기까지 작가 57인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한국미술의 시대적 변천과 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한국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크게 네 개의 주제와 ‘생활과 그림’이라는 한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1부 ‘신구화도(新舊畵道): 옛 그림을 연구하여 새 그림을 그리다’에서는 서화연구회를 설립하여 그림 교육을 실천한 김규진과 독립운동가이자 사군자 화가인 김진우의 묵죽화를 통해 서화(書畵)의 대중화를 표방했던 당시 화단의 시대적 흐름을 짚어본다.
2부 ‘한국 그림의 실경(實景)’에서는 1945년 광복을 맞이한 이래 한국전쟁(1950~1953)을 거치는 시대적 격동 속에서 전통 화단의 계보를 잇고 한국 회화의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노력했던 작가들을 조명한다.
3부 ‘전통적 소재와 새로운 표현’에서는 국내 미술대학에서 수학하고 1960년대 이후 전통회화기법에 과감한 조형실험을 시도하여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4부 ‘중도의 세계: 오늘의 표정’에서는 전통 수묵화 매체의 근간인 ‘지·필·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 세계를 펼친 작가들을 소개하고, 한국화의 화법적 질서 또는 동양적 미감을 적용한 서양화와 판화 작품을 조명한다.
‘에필로그: 생활과 그림’에서는 그림을 통해 화가들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며 삶의 세계를 투영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전시실 밖 회랑 공간에서는 동산방 표구(1961~)와 동산방화랑(1974~)이 걸어온 발자취를 아카이브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조명한다. 아카이브에서 표구 디자인 개발 등으로 한국화가들의 작품 활동을 뒷받침한 동산방 표구의 행적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