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디자인의 역할과 조명산업과의 관계성
조명디자인의 역할과 조명산업과의 관계성
  • 월간 THE LIVING
  • 승인 2014.12.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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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디자인은 조명을 연구개발함에 있어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연관된 공학과 학문,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매개체가 된다. 여기에서 조명디자인이 지향하는 주된 생각은 빛의 양보다 빛의 질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서구문명이 이룬 300년간의 사회변화와 산업발전을 30년 정도에 압축하여 이루어 왔다. 물론 서구문명의 변화와 동일한 상황으로 되지도 않았고 과정은 매우 상이했지만 그 외형과 수치적으로는 거의 비슷한 수준과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효율과 기능이 중시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조명과 조명디자인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래서 주거용 조명으로 빛이 주는 편안한 느낌의 감성이나 쾌적성 보다는 보다 적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여 많은 밝기의 빛을 확보하고 광원이 값싸며 수명이 긴 형광등 위주의 조명설계가 주거공간, 업무공간, 공장지대, 공공시설물 등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영역에 널리 사용되어 왔다. 조명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이나 북미지역에서는 전기에너지적 효율보다 우선하여 각기 용도가 다른 공간과 사용자환경에 따른 빛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다양한 광원, 빛의 계획(조명디자인)이 생활 속에서 존재해왔다. 이것은 사용된 광원의 종류와 설치된 광원의 높이를 살펴보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주거공간만 예를 들자면, 한국의 조명 사용환경은 주로 방등(燈), 거실등(燈)으로 구분하여 천장 가운데 설치하는 씰링라이트가 기준이 된다. 세부적인 디자인은 큰 차이가 없으며 그냥 공간의 넓이(평수)가 기준이 되어 공간에 사용된 광원을 효율이 높은 푸르스름한 형광등 불빛만 조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광원의 높이도 심리적 안정감이 떨어지는 천장에 설치되는 경우가 거의 95% 이상이다. 반면 조명선진국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주거공간의 조명환경은 각기 다른 사용자 환경에 따라 팬던트라이트, 씰링 라이트, 브라켓타입, 플로어 라이트, 거기에 매우 다양한 스탠드들이 공존한다. 그러다 보니 광원(램프)의 높이도 당연히 천장부터 바닥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높이와 색온도를 가진 조명이 목적과 환경에 맞추어 설치되고 심리적 안정감이나 빛의 질을 우선 고려한 조명계획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도 서구에 비해 단기간에 고도성장하게 된 산업화 역사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어 동아시아 전역에 이렇게 푸르스름하고 기묘한 빛의 밤이 연출되게 되었다. 또한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이 현재 조명디자인의 선진국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백야(白夜, Midnight sun)나 극야(極夜, Polar Night)와 같은 극한의 빛 조건에서 살아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빛이라도 소중히 하고 인간의 몸에 필요한 최적의 빛과 쾌적한 빛의 환경을 늘 지향해 왔다. 이렇듯 조명에 관한 연구는 빛과 문화적 상관성도 고려한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빛의 양과 질은 서로 관계성을 갖는다
빛의 양과 질을 둘로 나누어 생각하면 빛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설계나 조명디자인은 빛의 효율적 측면에서 전기에너지가 낭비되어 빛의 양적 측면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하지만 조명디자인의 중요한 역할 중 한 가지는 에너지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조명디자인은 공간에 있어서 빛의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설계이다. 보다 적은 전기에너지로 많은 양의 빛을 확보하기위한 양적 추구보다 공간을 향유하는 인간에게 보다 쾌적하고 공간과 환경에 목적에 맞는 질 높은 빛의 계획을 하는 것이 지향하는 바이다. 그렇다 보니 불필요하게 넘치는 빛은 지양하게 된다. 그래서 조명디자인에는 적소적광(適所適光)의 개념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빛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대로 공간과 인간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있어야 가능하고 이러한 적소적광의 개념에 충실하여 조명설계(조명디자인)을 실시하면 불필요한 광원의 설계를 피하게 되어 초기 설치비용과 전기요금과 같은 유지비용면에서도 절감이 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이러한 조명디자인의 적용으로 최대 30~40%까지 전기에너지를 절감한 사례가 있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빛이 균일하게 모두 같은 밝기를 확보하기 위해 균제도 확보 위주의 조명설계로 인해 많은 빛과 전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로 조명디자인은 빛의 질을 추구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빛의 양적 측면에도 매우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조명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약하고, 기존의 시스템에서 이러한 조명디자인의 과정을 불필요하고 성가시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아직 빛과 조명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조명디자이너와 조명관련 연구자들이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빛과 조명에 대한 정량적 근거를 보다 많이 확보하여 객관적 이해를 통해 설득해 나간다면 사회적 인식은 바뀔 것이고 빛과 조명에 대한 문화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될 것이다. 그래서 조명을 연구하는 연구자라면 조명을 구성하는 공간적 환경을 분석 할 수 있는 조명 디자인적 시각과 자연과학에 광학, 전기-전자공학과 같은 조명공학을 결부시켜 탄력적이고 통섭(通涉)적인 연구방법을 지향할 수 있어야 한다.

 

 
조명산업에서 조명디자인의 역할
조명디자인: 공간과 인간을 위한 빛의 대안, 차인호 지음,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3 참고

유럽과 북미, 그리고 일본과 같은 조명의 선진국들은 조명디자인과 조명산업이 동반성장하며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유럽, 북미, 일본으로 대표되는 세계조명의 중심국들은 조명디자이너의 업무영격이 건축디자인은 물론이고 조명산업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업무 프로세스상 시작은 건축설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건축설계자가 건축주로부터 의뢰를 받아 건축 설계를 실시하면 최초 설계단계에서부터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빛과 공간의 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면서 조명디자이너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지고 조명계획과 자연광 설계를 기획한다. 이 때, 조명디자이너가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여 건축 설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조명메이커, 즉 조명기구의 생산판매자(제조사)와의 회의를 통해 그 공간에 적합한 조명 기구를 개발하고 테스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빛의 해석과 공간개념이 적용된 새로운 조명제품이 탄생된다. 그리고 그 조명제품이 납품, 설치되면 조명디자이너는 최종 점검을 통해 현장에서 수정과 보완작업을 하게 된다. 그림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건축설계 사무소와 조명디자이너, 조명 제조사와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빛의 계획과 공간의 조명설계부분에서는 당연히 조명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해외의 유명한 조명메이커의 제품은 간단한 램프하나만 해도 몇 십 만원에서 몇 백 만원에 이르는 고급제품인데 이것은 이렇게 현장중심과 실제 수요제품에 대한 철저한 제품사용 환경 분석에 기초한 제품개발 프로세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 뉴욕의 고층빌딩으로 가득 찬 도심에서 필요한 다운라이트와 월 워셔(wall-washer) 조명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이렇게 건축설계자, 조명디자이너, 조명메이커의 활발한 협업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다. 

월 워셔와 다운라이트: 빛(조명)의 존재감은 광원이 공간에 부여하는 밝음으로만 인식시키기 위한 건축적 접근에서 탄생한 대표적 조명의 사례이다. 기존에 팬던트조명과 브라켓조명, 샹데리아 중심의 눈에 조명기구가 잘 보이게 되는 조명기구들이 주류를 이루던 당대에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다. 당시 급속하게 늘어가는 대형 건축물의 내부공간에 대한 빛의 해석에 고심하던 건축설계자와 조명디자이너의 협업작품이다.

앞서도 한국의 주거공간 조명을 예로 들어 설명하였지만, 공간을 크게 상부와 하부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상부와 하부의 기준은 대략 바닥으로부터 1600mm 선으로 보고 상부와 하부를 임의로 나누어보자. 한국의 경우 주로 조명을 상부, 즉 천장에 매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하부를 보면 사람들의 활동영역으로 현재 이러한 상부의 조명상황에 비해 다양한 변화가 발생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계절변화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책상과 소파, TV 등의 가구위치를 바꾸게 된다. 또한 상업공간에서도 보다 많은 매출을 위해 실내 인테리어 설계를 자주 바꾼다. 하지만 이러한 하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부의 조명환경은 변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부의 조명환경은 감전의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비전문가가 손을 대기에는 접근하기 힘든 기술적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이러한 공간에 있어 빛의 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조명디자인의 획일화를 피하는 방법으로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조명기구를 천장에서 해방시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필자가 주거공간의 조명디자인에 관한 책에서 다루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주거공간 조명디자인과 시뮬레이션: Relux를 활용한 빛과 공간설계 1, 차인호-심민정 지음, 성대출판부, 2014)
하부의 다양한 공간변화와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질적 욕구가 강할수록 다양한 조명기구가 공간에 사용된다. 그래서 조명에 대한 의식이 높아질수록 다양한 조명과 고급화된 조명들이 시장에서 요구된다는 점에서 조명디자인의 역할은 조명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자료 차인호공간조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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