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차인호의 조명디자인 조명디자인의 목적
[column] 차인호의 조명디자인 조명디자인의 목적
  • 월간 THE LIVING
  • 승인 2016.01.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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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호의 조명디자인
조명디자인의 목적

 

지난 4달 동안 이 칼럼의 일곱 번째 주제였던 빛의 수평-수직-입체적 요소(平-直-立)에 대하여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조명이론에 대한 전문이론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다소 생소하고 딱딱한 이론적 내용이라 4페이지 분량의 짧은 칼럼에 담아 연재하기가 부적절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독자들이 계셨기에 힘을 내어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호부터는 잠시 애초의 연재계획에서 벗어나 조명디자인에 관련하여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왜 조명디자인이 필요하며 어떻게 조명디자인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을 다시 던지고자 한다. 물론 이 내용은 저자가 본 지에 칼럼을 처음 연재할 당시 간략히 언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계속 관심을 가지고 구독 중인 독자들 중에도 왜 이리 복잡한 이론과 접근방식으로 조명디자인을 생각해야 하는지 다시 혼란스럽게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더 복잡한 전문이론들이 본격적으로 더 등장하기에 앞서 이러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상업공간이나 주거공간에 상관없이 어느 공간에서나 아직도 일반인들의 조명에 대한 주된 관심은 광원의 밝기와 효율성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은 공간적 측면에서 빛을 바라 볼 때도 대체로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직 이 분야의 전문가가 부족하고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조명디자인 관련된 체계적 교육시스템이 부족하다. 대학의 과정 중에서도 최근 들어 ‘조명디자인’ 과목들이 실내건축디자인 학과 커리큘럼을 중심으로 개설되어 있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아직 그 교육의 질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것은 저술된 교재나 국내 학술논문의 상황을 참고하여 짐작 가능하다. 대부분의 조명디자인 교육이 전기공학적 광원중심의 조명교육에 국한되어 더 새로운 이론이나 발전방향이 없어 정체된 느낌이다. 우리가 늘 이용하는 공간의 분석을 중심으로 빛이 어떻게 작용하고 그에 따라 어떤 설계가 진행되는지에 대한 기반지식과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우선은 교육에서 체계적인 조명설계디자인 이론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학술적 연구와 발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나 관련기관에서 해당분야 전공의 학생이나 관심있는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가치있는 강의가 개설될 수 있다. 이 사실은 저자가 이 분야의 연구자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저술 프로젝트에 집중하려고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에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하는 분들이 늘고 있어서 한국 조명연구원이나 한국 광기술원, 그리고 각 대학에서도 전문가 강연이나 강의, 그리고 관련분야 연구가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단순히 당장에 조명기구를 판매하고 납품하여 매출을 올리려는 영업적 목적에서만 활용하려다 보면 영업활동에 바로 적용하기 위해서 간단한 조명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해서 최근에 조명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결국 우리 주변의 빛 공간이 가지고 있는 획일적인 천정중심의 광원배열에 기초한 조명계획들만 양산될까 염려되는 부분도 강하다. 


두 번째는 디자인 업무 환경적 요인으로써 설계과정에서 납품현장의 설치과정에서 수직적 업무처리 관행의 문제이다. 공간의 조명설계에 있어 공간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질적으로 우수한 프로젝트를 설계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다. 갑과 을의 논리가 우선되고, 밑으로 점점 을, 병, 정으로 내려가면 설계는 없이 이익을 남기기 위한 납품과 시공 위주로만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상화된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이러한 수직적 업무진행과정에서는 통합적 설계가 불가하다. 관련업계의 이야기로 조명은 갑-을-병-정 중에 정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해외의 프로젝트의 경우에서 건축잡지에서도 건축설계는 OOOO, 그 아래 조명설계는 OOOO 이런 식으로 표기되는 사례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심각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대안으로 기존의 수직적 직렬설계방식을 탈피하고 통합적 병렬설계방식으로 디자인 작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조명디자인 분야에서 특히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두드러진다. 대기업이나 큰 매장에서 운영되는 상업공간의 경우는 국내외 전문가를 초빙하여 최적의 쇼핑환경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빛의 요소를 갖추고 아주 바람직한 조명디자인의 사례를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조명디자이너로서 바램이라면 그러한 고급 상업시설이나 공공의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빛의 쾌적함이 보다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되기를 더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작은 규모의 공간에서 조명디자인을 담당하게 되는 설계자들, 이를테면 소규모 인테리어업체, 건축설계사, 전기공사업체, 조명의 제조-판매-납품 업체들을 중심으로 조명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환기와 함께 조명디자인의 바람직한 설계방법과 접근방식에 대한 기초지식에 대하여 현재 상태보다 상향평준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빛과 조명공간의 질적 만족도를 높이고 쾌적한 공간환경을 제시하기 위해 지금의 밝기와 전기에너지 효율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의 행위와 공간의 목적에 부합되는 빛의 환경을 지향해야하며 이러한 의식의 전환은 조명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서 이렇게 자리가 될 때마다 힘주어 설명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도 오늘날 조명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의무이자 사명이라 생각한다.
이 칼럼은 빛의 관점에서 보는 실내외 공간에 관한 내용들로 단순히 조명디자인 뿐 아니라 건축설계자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도 도움을 주고자 한다. 조명디자인에 체계가 없고 적당히 수평면 조도 중심의 밝기감만 확보된다면 능사라는 주먹구구식의 설계자 마음대로 설계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통감하면서 평소에 그 해결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 글들이 그 문제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유용하게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조명을 아직도 실내장식의 한 가지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명디자인은 단순히 어두운 상태의 공간과 사물을 빛으로 밝히는 것 뿐 아니라 사람(고객)에게 보다 편리한 시각적 판단과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상업공간의 조명설계에 있어서는 특히 조명계획의 기능적 요소와 함께 심미적 요소를 고루 갖춘 균형감 있는 조명설계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기능적 측면에 대한 연구와 설계방법 보다는 심미적 요소, 즉 디자이너(설계자)가 각 설계 프로젝트 별로 마음에 내키는 대로 설계해온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러한 심미적 측면에만 집중되는 조명계획이라면 조명디자인은 감각적 역량에만 기대할 수 있는 설계라는데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면하는 공간과 조명에 관한 문제에 대한 해결에는 그러한 감각적 역량에만 의존하여 설계할 수 없다. 조명디자인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나 체계적인 방법론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부족하다. 저자가 고민하며 조명디자인에 관한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조명디자인의 방법론에 있어 획일화, 교조화를 꾀하기 위함이 아니다. 조명디자인 뿐만 아니라 건축이나 공간, 그 밖의 다른 디자인 분야에서도 디자인에 한 가지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다 바람직한 방향의 설계 방법론들이나 기본적으로 쾌적한 공간을 위한 공통 분모적 성격을 갖는 이론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위해 저자를 포함한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은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고 더 다양한 이론과 설계방법론이 제시되어 학문적 생태계가 보다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조명은 실내공간을 구성하는데 있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효율적인 공간연출방법이다. 여성이 화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처럼 연출이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명의 차이에 의해 공간의 인상(이미지)는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한 공간에 여러 조명을 미리 계획해두고 연출하려는 장면에 따라 몇 가지 모드로 나누어 둔다면 다양한 공간의 인상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무대디자인의 조명연출 방법과 비슷하다. 영화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촬영기법으로 스크린 전체에 관객이 보아야 할 장면을 요약하여 보여줄 수 있다. 반면에 무대조명에서는 관객의 시야에 들어오는 무대 전체를 시각인지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우선 주목해야 하는 것들을 빛과 조명계획으로 정리를 해 주어야 한다. 각 장면별로 달라지는 세트의 구성, 그리고 배우의 감정과 동선에 따라 세부적으로 배우의 연기와 동작을 강조하고 등장인물의 감정변화와  소품이나 배우의 표정변화를 하나하나 쉽게 읽어갈 수 있도록 하는 빛의 주목성을 세밀하게 구성해야 한다.  


저자는 조명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점점 더 조명디자인에 대한 매력에 빠져있는 한 사람이다. 이 칼럼을 진행하면서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을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명환경의 문제점에 대한 그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정리해보니 예상보다 조명디자인 즉, 공간에 있어 빛의 문제에 대해 비중을 두고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명디자인을 흥미로운 분야이고 재미있는 공간연출 요소의 하나로는 생각하지만 그 보다는 화려하고 유니크하며 아름다운 파사드와 실내외 공간의 구조적 설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조명에 관련된 연구자들조차 사실 조명에 대해 별로 연구할 것이 없지 않느냐, 조명이 원래 단순하고 그냥 어두운 곳을 밝혀주고 분위기 좋게 연출하면 족하지 않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다. 이 분야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써 개인적으로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그 만큼 조명분야는 아직 미개척 분야로 연구가 부족하고 개선할 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라고 해석한다. 조명에 대하여 그냥 어두운 곳을 밝혀주고 분위기만 좋게 연출하면 그만이라는 이야기를 전혀 틀린 이야기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어두운 곳을 대수롭지 않게 밝혀주는 것과 분위기 좋게 연출하는 것이 저자가 수년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선 조명의 기본적인 기능적 요소로서 어두움을 밝혀 준다는 것만 보더라도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와 같은 6하 원칙에 의거하여 하나씩 되짚어 보면 공간에서 밝기감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론(조명디자인의 프로세스)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비조사를 실시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힘들 때가 많다. 또한 분위기 좋은 빛의 공간을 달리 표현하면 쾌적한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쾌적한 빛이란 무엇이며 공간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공간을 향유하는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인지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기초연구단계의 자료부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저자 본인의 연구 분야이니 연구자로서 빛과 공간에 대한 연구가 다른 분야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적 호소에 앞서 이 책에서는 단계적으로 공간과 빛의 영역을 탐사해나가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가는 흥분과 재미를 독자들과 공유하면서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 적어도 저자가 느끼고 고민하는 부분을 독자들에게 성실히 전달하고 독자들은 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모두들 빛과 공간의 세계에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보다 긴 호흡으로 이해하고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료 차인호공간조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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