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늪’
[report]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늪’
  • 백선욱 기자
  • 승인 2015.08.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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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탈레이트  가소제의 늪’
PVC바닥재•실크벽지 과연 안전한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유해성 문제가 계속해서 조명되고 있다. 가소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에 유연성 및 탄성을 주기 위해 첨가되며, 이 중 PVC소재 건자재(PVC바닥재, 실크벽지 등)에 주로 첨가되는 가소제는 프탈레이트다. 프탈레이트는 인체에 유해한 가소제로 전 세계적으로 각종 규제에 따라 사용이 부분적으로 제한된다. 미세한 양이라도 이를 첨가한 PVC제품은 확실히 친환경성과 거리가 있다. 실례로 최근 1~2년 새 수차례에 걸쳐 각종 단체,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PVC바닥재, 벽지 등 건자재에 대한 유해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업계는 친환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PVC바닥재 업계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친환경 가소제로 교체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순식물성 가소제를 적용한 제품도 출시되었다. 벽지 업계 역시 가소제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이외에 유해성이 있는 재료들을 친환경화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호르몬 추정물질 프탈레이트, 국내 KC마크•안전품질표시로 통제
가소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에 유연성 및 탄성을 줘 성형하기 쉽도록 하는 등 제품으로서의 특성을 갖출 수 있도록 첨가되는 물질을 말한다. 그러나 플라스틱 본체와 결합되지 않고 떠 있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용출되기 쉽다. PVC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가소제는 프탈레이트로 종류는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다이뷰틸프탈레이트(DBP), 뷰틸벤질프탈레이트(BBP)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프탈레이트는 세계적으로 사용이 제한되는 가소제다. 세계 각국은 DEHP 등 6종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잠정결정을 내리고 1999년부터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관리해 왔다. 뿐만 아니라 프탈레이트에 장기간 노출되면 여아에게는 성조숙증, 남아에게는 생식기의 기형이나 무정자증이 될 수 있다. 특히 DEHP, DBP, BBP 등 3종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발암성과 변이독성, 재생독성이 있는 물질임이 확인돼 사용에 큰 제한이 따르며, 나머지 3종인 DINP, DIDP, DNOP의 경우에는 입 안으로 들어갈 여지가 있는 장난감 및 어린이용 제품에 대해 사용이 금지된다.
이처럼 인체에 유해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PVC제품이 바닥재와 벽지다. 정확히는 흔히 장판이라 불리는 륨, 펫트 바닥재와 P타일, 실크벽지 등이다. PVC바닥재는 PVC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제품이고, 실크벽지는 PVC로 종이 표면을 코팅한 벽지다.
물론, 국내 역시 타국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PVC건자재의 가소제 함유량이 제한되어 있다. 지난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의 안전기준(KC마크)’에 따라 비닐장판(펫트), 비닐바닥시트(륨), 비닐바닥타일(P타일) 등 PVC바닥재의 경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함유량이 온돌용 상부층 1.5% 이하, 하부층 5.0% 이하, 비온돌용 상부층 3.0% 이하, 하부층 10.0% 이하를 충족해야만 유통이 가능하다.
또한 벽지의 경우 프탈레이트 가소제 DEHP, DBP, BBP 3종에 대해 국가기술표준원 ‘안전품질표시’를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기준은 DEHP, DBP, BBP의 총 함유량 0.1% 이하다. 다만, DNOP, DINP, DIDP 등 3종의 가소제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
한 화학 전문가는 “가소제는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물질로 유해성 논란이 계속돼 왔고, 실제로 전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이를 규제하고 있다”며 “다만, 가소제가 첨가되지 않은 PVC 자체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물질이며, 국제암연구소에서도 PVC는 발암특성이 없다고 보는 Group3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안전 테스트 결과, PVC바닥재 ‘상’, 실크벽지 ‘중’, 인테리어 필름 ‘하’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첨가한 PVC건자재는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그 중에서도 바닥재, 벽지는 실내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할뿐더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PVC제품의 양도 엄청나 사회적으로 특히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PVC바닥재는 마루바닥재와 맞먹는 4000억 이상의 시장규모를 보이고 있으며, 실크벽지 역시 내수규모 3000억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PVC건자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최근 1~2년 새 수차례에 걸쳐 각종 단체,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PVC바닥재, 벽지 등 건자재에 대한 유해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실크벽지는 여전히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문제시되고 있다.
먼저, 2013년 하반기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소비자연맹(사)이 공동으로 실크벽지의 환경관련 품질 검사를 실시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 유해물질 방출량에 대해 국내산 8개 제품과 수입산 3개 제품을 대상으로 공인된 검사기관(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품질 검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 거북벽지, 영국 샌더슨, 네덜란드 아이핑거 등 3개사의 제품에서 TVOC와 프탈레이트(DEHP)가 기준치 이상으로 초과 검출되었다. 특히 거북벽지의 경우 기존에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친환경건축자재 단체품질 인증)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품질 부적합 제품으로 판명이 나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최근 방송된 KBS1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프로그램에서도 실크벽지에 함유된 프탈레이트 가소제에 대해 다뤘다. 방송에서는 시판되는 실크벽지 4종을 임의로 선별해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함유량을 측정했고, 그 결과 2개 제품에서 DINP가 다량 검출되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실크벽지에 대해서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 중 DEHP, DBP, BBP 등 3개에 대해서만 함유량을 제한하고 있다. DINP, DIDP, DNOP 등 3종은 비교적 유해성이 덜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 모두를 제한하는 제품은 유아 관련 용품 등이다.
한 화학 전문가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 모두가 인체에 유해하며, 아이들이 언제든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벽지는 단연 모든 종류의 프탈레이트 가소제에 대해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벽지 업체 관계자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대체할 친환경 가소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생산성이나 현 업계의 기계 설비 여건을 봤을 때 DINP만큼 효율적인 가소제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PVC바닥재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사용에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2013년 말에 8개 제조사(LG하우시스, KCC, 한화L&C, 진양화학, 녹수, 동신, 대진, KDF)의 비닐장판, 비닐바닥시트, 비닐바닥타일 등 총 27종의 PVC바닥재를 대상으로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 인장강도, 인열강도, 충격흡수성, 표면 코팅 두께 등을 시험해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몇몇 제품의 인열강도 및 표면코팅두께가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의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은 전 제품이 기준에 만족했다.
또한 올해 초에도 변재일 국회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가 함께 진행한 PVC바닥시트의 품질 평가가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PVC바닥시트 6개 제조사(LG하우시스, KCC, 한화L&C, 진양화학, 재영, 성남화학) 12개 제품에 대한 프탈레이트 가소제, 표면코팅두께에 대한 품질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이번 역시 전 제품이 프탈레이트 가소제 관련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PVC바닥재 역시 벽지와 마찬가지로 DINP, DIDP, DNOP 등 3종에 대한 제한 기준이 없다.
한 화학 전문가는 “실생활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분이 바닥이며, 특히 아이의 경우 눕는 행위가 잦고, 바닥을 핥는 경우도 있어 바닥재도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 모두에 대해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PVC바닥재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PVC바닥재는 온돌용과 비온돌용의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 기준이 다르다. 그 차이는 2배다. 하지만 P타일의 경우 가격문제로 인해 비온돌용 제품이 일반 가정에 시공되는 비율이 압도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기준을 정정하지 않는다면, 제도 시행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인테리어 필름 역시 최근 유해성 관련 문제로 뜨겁다. 인테리어 필름은 각종 상업시설, 어린이 교육시설, 숙박시설의 내부 벽면이나 일반가정의 가구와 실내 문 등의 표면에 붙여 원목무늬 등 다양한 디자인 효과를 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테리어 필름은 현재까지 프탈레이트 가소제 사용 제한이 없다.
올해 1월 공개된 인테리어 필름의 프탈레이트 가소제 검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필름, 영림, 현대인테리어필름, 3M 등 다수의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다량 검출되었다. 특히 영림 제품의 경우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이 벽지기준(0.1%)의 115배가 넘는 1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국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4개 제조사 제품 중에는 유일하게 LG하우시스의 인테리어 필름만이 프탈레이트 가소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 필름 유해성 검사 결과, 8개 제품 가운데 LG하우시스, KCC 제품을 제외한 6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되었다”며 “1500억원 규모의 거대 시장인 만큼,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하루 빨리 친환경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

 

LG하우시스, 한화L&C, KCC 등 기업 제품 친환경화 가속
사실 업계에서도 프탈레이트 가소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현재도 계속해서 제품의 친환경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발군의 실적을 보인 대표적인 건자재기업이 LG하우시스다. LG하우시스는 지난 2011년, 업계 최초로 PVC건자재 제품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대신 친환경 가소제(GL300)를 적용했다. 이 가소제는 SGS.INTERTEK으로부터 非프탈레이트, 無중금속 인증을 받았으며, 환경자원분석센터를 통해서도 6종 가소제가 검출되지 않음을 인증 받았다. 이에 더해 석유수지 대신 옥수수를 원료로 한 순식물성 수지인 PLA(Poly Lactic Acid)를 바닥재와 벽지 원료로 적용해, 친환경성을 더욱 높였다. 이렇게 출시된 제품이 지아마루, 지아소리잠, 지아벽지 등 ‘지아’시리즈다.
지난 2013년 12월, 녹색소비자연대가 PVC바닥재 27종을 대상으로 한 품질 테스트 발표 결과에서도 LG하우시스의 보타닉우드, 에코노, 하우스 등 제품만이 유일하게 프탈레이트 가소제 6종 모두가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에는 한국녹색구매네트워크가 발표한 ‘소비자가 뽑은 2014 올해의 녹색상품’에 지아소리잠 바닥재와 지아벽지, PF보드 단열재 등 3개 제품이 선정되기도 했다.
한화L&C 역시 친환경 가소제를 적극 사용하는 대표 건자재기업이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야자수 추출물로 빚어낸 친환경 가소제를 원료로 한 상업용 VCT(Vinyl Composite Tile) ‘올뉴 리젠트 바이오(All-new REGENT bio)’를 출시했다. 한화L&C가 새롭게 선보인 이번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올뉴 리젠트 바이오에 첨가된 가소제는 야자수 씨앗 추출물 100%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친환경 원료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특히 해당 가소제는 껌과 사탕 등 일반 식품에도 사용될 정도로 인체에 안전하다. 또한 친환경 식물성 가소제로 만들어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첨가되지 않을뿐더러, 카드뮴과 납, 수은, 크롬, PBDEs, PBBs 등 6대 중금속도 검출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녹색소비자연대가 실시한 PVC바닥재 유해물질 조사에서, 평가 대상 12개 제품 중 ‘한화L&C 참숯’만이 유일하게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제로(0)’인 제품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KCC가 최근 선보인 6mm 고후도 PVC 륨 바닥재 ‘숲 소리 휴(休)’도 친환경 가소제를 적용한 친환경 제품이다. 이에 이 제품은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전혀 검출되지 않을 뿐더러, 포름알데하이드(HCHO),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 방출량도 현저히 낮고, 친환경 건축자재 인증인 HB마크 최우수 등급 및 환경표지인증도 획득해 친환경성이 우수한 제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KCC가 지난해 선보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PVC바닥재 6종(3.0mm 숲 소리향, 2.5mm 숲 청아람, 4.5mm 숲 소리순, 1.8mm 숲 그린, 2.2mm 숲 옥, 2.0mm 숲 블루)도 FITI시험연구원 분석 결과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이 기준치 보다 극도로 낮은 제품으로 친환경성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KCC 바닥재는 친환경성과 신기술 공법을 통한 우수한 품질 등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 한국품질만족지수(KS-QEI)에서 5년 연속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PVC바닥재(륨, 펫트) 시장에 진입한 한솔홈데코의 제품 역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아닌 친환경 가소제가 적용되었다. 특히 한솔홈데코의 PVC바닥재는 스웨덴의 국제 인증 검사 기관인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로부터 중금속 및 프탈레이트 미검출 인증을 받아 그 품질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자재 업계에서는 유해성을 지닌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지양하고 친환경 가소제를 적극 적용하는 등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PVC바닥재뿐만 아니라 벽지업계에서도 친환경성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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