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음악과 영화의 성지가 된 두 곳 '삼척 맹방해변과 부남해변'
마침내, 음악과 영화의 성지가 된 두 곳 '삼척 맹방해변과 부남해변'
  • 이보경 기자
  • 승인 2023.02.22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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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명사십리 대신 '방탄소년단의 해변'으로 불리는 맹방해변
이제는 명사십리 대신 '방탄소년단의 해변'으로 불리는 맹방해변

삼척에는 한류 팬이 가고 싶은 명소가 두 군데 있다. ‘버터마침내의 바닷가다. ‘버터의 바닷가는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재킷을 촬영한 맹방해변이다. 멤버 제이홉이 촬영 중에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한 그곳이다. ‘마침내의 바닷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마지막 장면, 바위산을 촬영한 부남해변이다. ‘마침내는 이 작품을 대표하는 마성의 대사다. 맹방해변은 햇빛이 찬란할 때가 좋고, 부남해변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즈음이 낫다. 맹방해변은 방탄소년단의 멜로디처럼 달고, 부남해변은 헤어질 결심처럼 마음에 아려 쓴 까닭이다.

 


방탄소년단의 해변 맹방해변


제이홉이 '합성'같다 말한 맹방해변의 바다 빛깔
제이홉이 '합성'같다 말한 맹방해변의 바다 빛깔
BTS '버터' 앨범 촬영지를 가리키는 안내판
BTS '버터' 앨범 촬영지를 가리키는 안내판

맹방해변은 동해에서 손꼽는 해변이다. 보통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에 명사십리라는 수식이 붙는데, 맹방해변은 오래전부터 명사십리라 불렸다. 이제 방탄소년단의 해변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20213월 맹방해변에서 재킷을 촬영한 앨범 버터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100 차트’ 1위를 기록했고, 10주 동안 정상을 지켰다.

맹방해변 역시 한류 명소로 거듭났다. 20217월 앨범 속 촬영 콘셉트를 재현했고, 202210월부터는 재킷에 등장한 소품을 재정비해 여행자를 맞고 있다. 주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베드, 비치 발리볼 네트와 보드 등이 재킷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다. 그곳에서 앨범 사진 속 방탄소년단처럼 인증 사진을 찍는 이는 아미’(BTS 공식 팬클럽)뿐만 아니다. 남녀 불문, 나이 불문이다. 선베드가 내륙을 향한다고 인증 사진만 찍고 떠나선 곤란하다. 뒤쪽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처럼 청량하다.

유튜브 채널 방탄TV’에는 그날의 스케치 영상이 생생하다. 2022 카타르월드컵 주제곡 드리머스’(Dreamers)를 부른 멤버 정국은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못 온아쉬움을 달래고, “바닷소리가 참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다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맹방해변의 겨울 바닷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하지만 이내 버터가 귓가에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다. ‘버터처럼 부드럽게(smooth like butter)’ 하는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모래밭을 걷다 보면 맹방의 황홀한 바다 빛이 순식간에 당신의 마음속으로 몰래 침입(breakin’ into your heart like that)’하는 듯하다.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이 담긴 부남해변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부남해변의 바위산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부남해변의 바위산
너비로 가늠할 수 없는 부남해변의 아름다움
너비로 가늠할 수 없는 부남해변의 아름다움

2021년 삼척 바다의 주인공이 맹방해변이라면, 2022년은 부남해변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비밀스러운 해변은 이전부터 마니아가 적잖았다. 한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해안과 남쪽 바위산이 영화적이다. 그리고 20226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 뒤, 마침내 이곳은 그 너비로 가늠할 수 없는 해준(박해일 분)과 서래(탕웨이 분)의 사랑이 깃든 장소가 됐다.

부남해변은 맹방해변 남쪽으로 6~7km 거리에 위치한다. 국도7호선(동해대로)을 벗어나 부남2리 마을 길로 들어선다. 주차장에서 해변으로 가는 입구는 대숲 계단을 지나 꽤 극적이다. 계단 끝에서 정면 모래밭 건너편에 바위산이 보인다. 바위산 안쪽은 영화와 달리 당집이 하나 있고, 바위 사이로 사나운 파도뿐이다. 그 속으로 걸어가는 서래와 그녀를 쫓는 해준의 모습이 겹친다. 서래가 소중하게 간직한 산해경도 떠오른다. 산인 듯 바다인 듯싶은 그림과 탕웨이가 직접 썼다는 한글이 인상적이었는데, 부남해변의 바위산은 이를 재현한 것 같다. 그러므로 부남해변에서는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마침내, 서래와 해준이 되어 지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걷는다.

바위산 곁의 모래밭 또한 작은 바위가 길을 막아 시적이다. 그 사이로 해변을 거닐다 바다에 시선을 던지면 애잔한 사랑이 밀물처럼 다가오고, 물결 위로 정훈희와 송창식이 부른 OST ‘안개가 파도에 실려 번진다.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라는 가사를 다섯 자로 줄이면 헤어질 결심이고, 다시 석 자로 쓰면 마침내. 이때 마침내는 분명 드디어 마지막에는이라는 의미일 텐데, 입 밖에서는 그저 작고 아름다운 해변에 대한 감탄이 되고 만다.

자료 한국관광공사 ·사진 박상준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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