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디자인의 태동을 조망하다…국립현대미술관 ‘모던 데자인’ 展
한국 근현대디자인의 태동을 조망하다…국립현대미술관 ‘모던 데자인’ 展
  • 이보경 기자
  • 승인 2022.11.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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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해방 이후 근대화, 산업화를 통한 국가재건시기 미술과 디자인, 산업의 관계를 조망하는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1123일부터 내년 3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전은 지난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수집된 한홍택(1916~1994)의 작품과 아카이브, 그리고 2022년 기증된 이완석(1915~1969)의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동시기 활동했던 작가들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한국 근현대디자인의 태동과 전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마련되었다. 1945년 해방 직후 한홍택은 권영휴, 엄도만, 유윤상, 이병현, 이완석, 조능식, 조병덕, 홍남극, 홍순문 등과 함께 최초의 디자인 단체인 조선산업미술가협회(현 대한산업미술가협회, 이하 산미협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이들은 미술과 디자인이 지금과 같이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되기 이전에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선구자로, ‘산업 미술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정의하고, 불모지였던 한국 디자인계 발전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모던 데자인이란 제목은 1958년 개최했던 2회 한홍택 모던 데자인전에서 발췌한 것으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이전 도안, 산업미술, 생활미술, 응용미술, 장식미술과 같이 번역된 어휘가 뒤섞여 사용되었던 시대적 조건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는 한홍택 작가의 아카이브부터 산업미술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제안과 실험을 엿볼 수 있는 포장, 책표지, 도안 등 다양한 형식의 디자인 작업들이 전시된다. 또한 1950-1960년대 도시 풍경 속 각양각색의 간판, 옷차림 등이 기록된 사진 및 영상 아카이브를 통해 국가재건시기 한국의 생활상에 녹아있는 당대 시각문화를 다각도에서 추적해 볼 수 있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한홍택, '어린이구락부', 1940년대, 종이에 채색, 20 x 18.4 cm.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한홍택, '어린이구락부', 1940년대, 종이에 채색, 20 x 18.4 cm.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1미술과 산업: 산업미술가의 탄생에서는 한홍택의 초기 작업과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일본 유학시기 교육과정을 비롯해 조선산업미술가협회의 창립과 해방 전후 다양한 활동을 살펴본다. 또한 함께 산미협회를 주도했던 이완석이 1930년대 후반 천일제약의 도안 담당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수집한 천일제약의 상표와 각종 광고, 포장디자인에 관한 자료들을 통해 해방 이전 시기 디자인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2모던 데자인: 감각하는 일상에서는 전후 사회 복구와 민생 안정을 위해 들어온 미국의 원조물자로부터 접하게 된 서구식 문화와 물질, 현대적 삶을 지향하는 대중의 욕망이 투사된 사물과 이미지, 일상의 풍경을 다룬다. 산업적 토대가 부족했던 시기 스스로의 존재를 정의하기 위해 분투했던 산업미술가의 다양한 작업이 함께 소개된다.

3정체성과 주체성: 미술가와 디자이너에서는 미술가와 디자이너, 두 가지 정체성을 모두 지녔던 작가와 작품을 재조명하여 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영역에서 그간 놓치거나 혹은 배제되었던 작가와 작업을 새롭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홍택은 한홍택 산미 개인전’(1952)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개인전을 통해 데자인’, ‘디자인’, ‘그라픽아트’, ‘시각언어등 용어의 도입으로 분야의 정체성을 정의하고자 했다.

4관광과 여가: 비일상의 공간으로에서는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모색과 현대적 시각화를 시도한 산물인 산업미술가들의 관광포스터 원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 전시 전경

전시의 시작과 끝을 교차하는 2층 회랑 공간에서는 동시대 그래픽 디자이너 10/팀이 함께한 설치프로젝트 데자인 시대의 표어들’(2022)을 선보인다. 산업미술가들의 기고문, 디자인정책에 관한 언술, 기자 및 논평가들이 남긴 기사 등을 통해 당시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디자인에 요구되었던 시대적 과업 등 데자인시대 디자이너들이 맞닥뜨렸던 사회적 조건을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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