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목조건축 2
[칼럼]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목조건축 2
  • 백선욱 기자
  • 승인 2022.10.1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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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연구교수 김외정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연구교수 김외정

2절 탄소중립을 견인하는 목조 공공건축물

 

1. 공학목재 및 대형목조건축 기술의 비약적 발전

원래 목조건축은 건축물의 경량화와 공기단축, 내진성능과 생태건축 측면에서 장점이 많지만 강도가 약하고 화재위험 때문에 저층 건물로만 제한받아왔다. 이런 층수(層數) 제한을 극복하고 고층 목조빌딩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데는 몇 가지 기술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우선 목재 소재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목재의 비중은 0.3~0.8 정도로 철 7.8이나 콘크리트 2.3에 비해 매우 가볍지만 상당히 튼튼하다. 인장 비강도(比强度)는 철의 3, 콘크리트의 120, 압축 비강도는 철의 3, 콘크리트의 10배나 된다. 하지만 철이나 콘크리트는 재질과 강도가 균질하므로 구조설계 값을 적용하기 쉽지만, 목재는 그렇지 못하다. 직립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수분과 양분을 빨아올리고 내리는 파이프 모양의 세포가 섬유질로 채워져 있다. 이때 섬유의 길이방향의 힘이 횡단방향의 약 10배나 강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차이로 목재는 건조 수축이나 강도의 편차가 크다. 그러므로 많은 고정하중을 지탱해야 하는 적층건축에서 목조가 철골이나 RC에 비해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높은 비강도를 갖고 있지만 고층건축에는 목조를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구조용 직교집성판(CLT)이나 구조용 집성재와 같은 공학목재를 적극 개발하였다. 이를 통해 섬유 방향의 흐름을 직교 또는 평행으로 배열 조정하고 결점이 있는 부분을 제거하며 이어 붙여서 균질한 강도 성능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CLT 목구조는 질량으로는 콘크리트의 1/5, 철제의 1/23에 지나지 않지만 강도는 콘크리트의 9, 철제의 2배에 달하는 우수한 건축 구조재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3D 모델이나 컴퓨터로 설계·해석 기술이 도입되어 시공 가능한 정보를 설계자가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CAD/CAM 등 공작기계의 성능 향상으로 복잡한 형상의 공작물 가공도 가능하고 그 정밀도도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데이터에 의한 설계와 시공을 연계하여 부재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4가지 변화, 즉 구조용 공학목재 개발, 3D 설계, CAD/CAM 가공, 데이터 연계 등을 통해 적층과 고층 목조빌딩에 적용되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제재목, 공학목재(합판, 보드류, 직교집성판(CLT), 구조집성재)
데이터 연계 CAD/CAM 가공 및 시공 목조건축

 

2. 세계는 대형 목조건축물 건설 붐

대부분의 건축 재료는 언젠가는 고갈될 유한자원이지만, 목재는 지속 생산 가능한 순환성 자원이기 때문에 목조건축물은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과 저탄소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어 유망한 탄소중립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EU 국가들은 물론 시공 주택의 90%가 목조주택인 미국, 캐나다, EU 주요국 등에서 법적 구속력 있는 목조건축 촉진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목조주택 비율이 50%에 달하는 일본도 2010공공건축물 등의 목재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모든 저층 공공건축물을 목조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특히 문부과학성은 학교건물의 목구조화 및 내장재의 목질화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목조건축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플라맹코의 발원지로 유명한 스페인 세비야에 가면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이라는 거대한 버섯모양의 목조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독일 건축가 위르겐마이어가 설계하여 2011년에 완공한 이 목구조물은 3,400개의 목재부재가 연결돼 4층으로 된 높이 28m, 길이 150m, 연면적 18,000의 세계 최대의 목구조물이다. 중세의 문화를 간직한 이 도시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며 유럽여행 관광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매혹적인 공간이 되었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하이브리드나 모듈 개념을 적용한 고층 목조빌딩 붐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은 2019년에 완공된 노르웨이의 묘스타워이며 높이가 85.4m(지상 18)이다. 층수가 가장 높은 목조빌딩은 24(85m)의 오스트리아 호호비엔나(Hoho Vienna)이며, 최근 미국 밀워키에는 묘스타워 보다 근소하게 높은 지상 25층짜리 목조빌딩 어센트(Ascent)가 건설 중이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지상 80층의 아파트와 호텔을 계획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스미토모임업이 2041년 완공 계획으로 350m, 지상 70층의 초고층 빌딩을 도쿄에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목조빌딩의 건설비용은 평방미터당 2,723달러(넥서스미디어)로 콘크리트건물 보다 6% 정도 비싼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엔지니어링저널 2021). 밀워키의 목조빌딩 어센트의 건설에서 평방미터당 소요되는 목재료 비용이 452달러인 반면 콘크리트는 398달러로써 목조빌딩의 비용 상승의 원인이 목재료 비용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목조빌딩의 건물 중량이 가벼워 기초공사가 간편하고, 인건비 절약과 건식벽체 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을 통해 전체 시공단가에서 많이 상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 국내 공공건축물 목구조화 및 목재친화도시 추진

현재 국내 최고층 목조건축은 영주에 있는 높이 19.12m5한그린 목조관이며 국립산림과학원이 발주하여 2019년 준공하였다. 이어서 산림복지진흥원은 교육센터 7층 목조건축물(국산목재 의무사용 비율 71%)2024년 완공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국산목재 이용 촉진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건축물의 목구조화와 목재친화도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목재친화도시 조성 5개소, 목조전망대, 국산재 목조건축실연사업 2개소 등 목재 랜드마크 조성사업을 20215개에서 202218개로 크게 늘렸다.

이러한 공공건축물 목구조화 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건축법을 개정하였고 그 결과 목조건축의 규모 제한이 완화되면서 고층과 적층 목조건축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목재의 높은 비강도의 장점을 활용하여 지면으로부터의 높이와 관계없이 기존 건축물 상부에 목구조 설계가 가능하게 하였다. 이에 따라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에서 하부 세대 구조물은 철근콘크리트조로, 상부 세대 구조물은 목구조로 리모델링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콘크리트 건물인 Y공원 납골당의 상층 로비공간과 J골프연습장 최상층 타석에 각각 목구조를 도입하는 등 하이브리드형 목조건축물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목구조 건축물 구조재가 1시간 내화구조에서(4층까지만 가능)에서 2시간 내화구조(내력벽/기둥//바닥 KS인증)로 인정되면서, 목조건축물은 최대 지상 12층 또는 높이 50m까지 축조가 가능하여 우리나라도 목조빌딩 시대를 열어갈 수 있게 되었다.

 

4. 목구조화 사업에 앞장서는 교육시설

공공건축물 목구조화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는 전체 공공시설 바닥 면적의 40%를 차지하는 교육시설임에 틀림없다. 교육시설은 5층 이하의 중·저층 건물이 대부분이고 고층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목조로도 구조 안전성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최근 건축법에서 층고 제한이 완화되고 내화설계 기준 등이 개선되어 기술적 제도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교실 건물의 목구조와 목재마루 등에 사용되는 목재는 콘크리트에 비해 열용량이 작기 때문에 따뜻해지기 쉽고 체감온도도 높다. 또 목재는 충격에 대한 흡수율이 높아 부딪쳐도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심리·정서적 측면에서도 학생의 스트레스 반응이 낮으며 편안하고 쾌적하다. 이 외에도 목조 공간은 집중력이 높아지고, 나무의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진정작용 등이 있기 때문에 성장기 학생들의 학교 교실의 시설에 목재가 최적의 재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2019년도 일본에서 새롭게 건축된 모든 학교시설 823동 중 508(61.7%)에서 목재를 사용하고 있고 일본건축학회에 수탁사업으로 목조학교 만들기 매뉴얼을 작성해 보급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 학교 건축물의 바닥면적은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95백만이고 목구조는 24로 목조는 1(퍼밀, 1000분의 1)도 안 된다. 여기에 공립 초중등학교는 건설한지 30년 넘는 시설이 7할에 가깝고, 에너지 성능기준에 못 미치고 있어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해야 하는 학교시설이 늘고 있다(건축사신문). 이런 이유로 교육부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본 사업을 위해 2025년까지 18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으로, 목조건축이 교육시설 건설시장에 진입할 절호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전국의 학교는 21,169개교로, 교사(校舍) 연면적이 105백만 제곱미터나 된다. 목조건축에 소요되는 목재사용량을 제곱미터 당 0.2으로 가정하고 모든 교사를 목조로 짓는다면 21백만의 목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물량이 목조건축으로 이어지면 총 1,05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목재이용이 탄소중립에 유리하기 때문에 목재를 사회공공재로 간주하여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건축물, 특히 학교시설을 중심으로 그 사용을 적극 관리·권장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범국가적 전략인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실현에 교육부가 앞장서길 기대해 본다.

 

맺는말

우리나라 건축계에 주어진 NDC 2030(2030년까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32.8%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산림청, 국토부, 교육부 등 각 정부 부처에서 목조 공공건축물 발주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국산목재 가공사업 기반을 확충하고 관련 건축 법령을 탄력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나라에도 탄소중립 실현을 견인하는 목조건축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연구교수 김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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