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시장, 주택 거래절벽으로 규모 감소
벽지 시장, 주택 거래절벽으로 규모 감소
  • 백선욱 기자
  • 승인 2022.06.27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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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물량 10% 하락, 하반기 전망도 안갯속
LX Z:IN 벽지 휘앙세93
LX Z:IN 벽지 휘앙세93

코로나19로 인해 인테리어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큰 성장 폭을 보인 벽지 시장 규모가 올해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일반 유통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시판 매출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와 최근 가격 상승 폭을 고려했을 때, 물량 규모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규제·금리인상으로 주택 매매거래량이 줄고, 주택 준공실적 역시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던 수출 시장도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시작되며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공급 물량이 정해져 있는 아파트 등 특판 시장은 올 상반기 약보합세를 보였다.

디자인 트렌드 측면에서는, 베이직한 무지 패턴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보이는 가운데, 고급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페인트·패브릭 패턴의 인기가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올 상반기 벽지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로는 KCC그룹의 신한벽지 인수가 손꼽힌다.

 


주택 매매거래량·준공실적 감소로 시판 물량 규모 하락


현대L&C 큐티에 Vol.3
현대L&C 큐티에 Vol.3

코로나19 이후 이어져 왔던 벽지 시장의 성장세가 올해는 주춤한 모습이다. 특히, 업계의 비중이 가장 큰 시판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 규모 자체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LX하우시스(LX지인), 개나리벽지, 신한벽지, 현대L&C, 서울벽지, KS벽지, 제일벽지, DID벽지, 코스모스벽지 등 주요 벽지 브랜드들의 매출을 검토해본 결과, 올해 상반기 시판 시장의 규모는 약 14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와 최근 벽지 가격 상승 폭을 감안했을 때, 물량 규모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벽지 제조 기업들은 지난해 5~6월에 대리점 납품가를 9~14% 인상했다. 그리고 올해 3~5월에도 11~12% 벽지 가격을 올렸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시판 물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줄어든 셈이다.

한편, 올 상반기 시판 시장 점유율은 LX하우시스가 약 30%, 개나리벽지, 신한벽지가 각각 20% 초반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KS벽지가 7%대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 벽지 시장의 시판 물량 규모가 축소된 주요인은 주택 매매거래량 감소로 분석된다. 이사 시 다수의 소비자가 도배를 새로 하기 때문에, 주택 매매거래량 증감세는 벽지 시판 유통 물량과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계 주택 매매거래량은 196756건으로 전년 동기(372877) 대비 47.2% 감소, 5년 평균(31618) 대비 36.7% 감소했다.

주택 준공실적 감소도 이유 중 하나다. 벽지는 마감재로, 주택 공사의 마지막에 시공되기 때문에 준공실적 역시 벽지 수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아파트 외 주택의 누계 준공실적은 전국 28295호로 전년 동기(3546) 대비 7.4%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가 인상으로 상반기 시판 매출 규모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실제 유통 물량은 10%가량 줄었다주택 매매거래량과 준공실적 감소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충분치 못한 단가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


개나리벽지 로하스
개나리벽지 로하스

수익성 측면에서도 흐름이 좋지 못하다. 최근 벽지 가격을 인상했지만, 치솟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벽지 제조 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약 1년 만에 대리점 납품가를 인상했다. 이번 단가 인상은 업체별로 3월에서 5월 사이에 진행되었으며, 인상률은 11~12% 수준이다. 인상 이유는 지난해와 같다. 원지(종이), PVC 등 벽지의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펄프 가격 급등으로 종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지난 5월 펄프 가격은 톤당 940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 들어 상승률은 43.5%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만 원지 가격이 수차례 인상되었고, 하반기에 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최근 1년 새 벽지의 원자재 가격이 20~30%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1년 새 원자재 가격의 상승률은 20%를 넘겼는데, 벽지 가격 인상률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여기에 하반기 원자재 가격의 추가 인상이 예측되는 만큼, 가격 정책에 대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최소 20% 이상 벽지 가격을 인상했어야 했지만, 업계의 단가 경쟁이 치열하고, 또 제품을 납품받는 대리점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했기에 벽지 가격을 충분히 인상하지 못했다라며 다만,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하반기 관망세 전망, 시판 수요 상승 기대감 낮아


신한벽지 스케치
신한벽지 스케치

하반기 전망도 썩 밝지 않다. 시판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택 매매거래량이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하반기 주택 매매거래량 증가에 있어 LTV 규제 완화, 초장기 모기지 출시 등 호재와 기준금리 인상, DSR 규제 강화 등 악재가 혼재한 상황에서, 주택 매매거래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호재를 살펴보면, 먼저,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상한이 80%로 완화된다. 대출한도는 현행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오는 8월부터 만 34세 이하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50년 만기 모기지를 도입하고, 신용대출의 경우 연소득 범위 내로 제한하도록 한 규정을 71일부터 폐지한다.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를 통해 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부동산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실효성을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과 더욱 강화되는 DSR 규제 때문이다. 먼저, 71일부터 DSR 규제가 강화된다. DSR 규제가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되는데, 3단계가 시행되면 차주의 총 대출액 기준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조정된다. LTV 규제가 완전히 풀려도 DSR, 즉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으면 대출이 일정부분 제한된다. 금리 인상도 큰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은 올해만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이 기간 금리는 1%에서 1.75%로 올랐다. 금리 인상으로 지난 6, 국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7% 시대가 개막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 한국 역시 금리 인상에 더욱 속도가 붙으며 연내 주담대 금리가 8%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되었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차입자들의 심리적 부담과 DSR 규제가 맞물려 구매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며 여기에 현재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져 하반기 주택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 벽지 업계 관계자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하반기에 갑작스럽게 개선될 가능성은 작아 보이며, 이에 따라 벽지 수요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상태다라고 전했다.

 


특판 규모 약보합, 수출 시장 감소세


서울벽지 플레인
서울벽지 플레인

아파트, 주상복합 등 건축물에 대량으로 판매되는 특판 시장의 매출 규모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특판 규모는 5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했다. 미리 가격이 책정되는 특판 거래 특성상, 물량 규모 역시 전년과 비교해 크게 감소하진 않았다. 큰 감소세는 없었지만, 시장 자체는 그리 좋지 못했다. 실제, 아파트 준공실적을 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아파트 누계 준공실적은 81239호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다만, 올해 전체 시장을 보면 규모 상승이 예측된다. 아파트 공사 기간은 보통 2~3년이 소요되고, 마감재인 벽지는 공사의 마지막 단계에 시공되기 때문에, 2~3년 전인 2019~2020년도 아파트 착공실적을 통해 올해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다. 2019년도 전국 아파트 착공실적은 373990호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고, 2020년도 전국 아파트 착공실적은 423477호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한편, 올 상반기 특판 시장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서울벽지를 포함해, 개나리벽지, LX하우시스가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던 수출 시장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시작되며 규모가 다시 감소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해인 2020년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0.1% 하락한 3851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21년 수출 규모는 4047만 달러로 전년 대비 5.1%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제적인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경기가 악화되며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계 벽지 수출 실적은 1271만 달러로 전년 동기(1580) 대비 19.6% 하락했다.

 


신한벽지, KCC 품에 안기다


신한벽지 리빙
신한벽지 리빙

올 상반기에는 M&A 이슈도 있다. 벽지 업계 2~3위를 다투고 있는 최상위권 기업인 신한벽지가 KCC그룹에 인수되었다. KCCKCC글라스는 지난 3, 신한벽지의 지분 100%를 약 147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인수 대상은 카무르PE가 보유한 신한벽지 지분 98%와 김승대 전 신한벽지 대표 지분 2% 100%. 양 측은 지난해 12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한 지 세 달 만에 거래 종결에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KCC는 신한벽지 인수를 통해 인테리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 특히, 토탈 홈 인테리어 솔루션을 구축 중인 KCC글라스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벽지 브랜드 역시 기존 KCC그룹의 브랜드 인지도, 시장 장악력, 유통망 등을 등에 업고 업계 영향력을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무지 강세 여전, 트렌드로 부상한 페인트·패브릭 패턴


LX Z:IN 벽지 지아패브릭
LX Z:IN 벽지 지아패브릭
개나리벽지 로하스
개나리벽지 로하스

디자인 트렌드 측면에서는, 베이직한 무지 패턴이 여전히 압도적인 인기를 보였다. 올 상반기 판매된 벽지 중 무지 디자인이 70~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지 벽지의 인기 요인은 모든 인테리어 스타일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과 다른 자재 및 가구와 쉽게 매치가 되는 조화성에 있다. 또한 디자인 자체만으로도 매우 깔끔해 선호도가 높다. 여기에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인테리어 콘셉트인 모던, 미니멀 스타일에 무지 벽지는 필수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무지 패턴은 모던, 내추럴, 클래식 등 어떤 스타일과도 잘 매치가 될뿐더러, 깔끔하고 실패 확률이 낮아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라며 컬러는 화이트, 아이보리, 베이지 등 밝고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톤이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또한 페인트·패브릭 패턴의 수요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페인트 패턴은 실제 도장 못지않은 고급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패브릭 패턴은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품격 있는 공간 연출을 돕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화이트 톤 페인트 패턴 벽지가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인테리어점에서는 페인트 패턴 벽지를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소비자 관심도가 높다. 페인트 패턴의 인기 상승으로, 실제, 업계의 대다수 실크벽지 컬렉션에는 페인트 패턴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실크벽지 컬렉션 내 수많은 패턴 중 화이트 톤 페인트 패턴의 비중이 10%를 넘길 정도로 페인트 패턴 벽지의 수요가 높다도배 대비 2~4배 비용이 많이 드는 도장 대신, 고급스럽고 가성비가 좋은 페인트 패턴 벽지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느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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