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정수장에서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영등포 선유도공원
폐정수장에서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영등포 선유도공원
  • 이보경 기자
  • 승인 2021.12.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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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교에서 바라본 선유도공원 전경
선유교에서 바라본 선유도공원 전경

현대 서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한강의 기적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는 환경 파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회색빛 콘크리트로 뒤덮였던 영등포구 선유도가 그중 하나다. 서울시는 선유도에 있던 폐정수장을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꾸며 지난 2002년 개장했다. 선유도공원은 낡은 것은 낡은 채로, 역사적인 산업 유산을 재생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버려진 공장을 재생한 첫 생태 공원

선유도는 본래 한강 변에 솟은 봉우리였다. 아름다운 경치 덕분에 신선이 놀던 산이란 뜻으로 선유봉(仙遊峰)이라 불렸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도 그 풍광에 반해 선유봉을 배경으로 진경산수화 3점을 남겼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선유봉의 암석을 채취해 한강 제방을 쌓는 데 사용하면서 훼손되기 시작했고, 1965년에는 이곳을 관통해 양화대교를 건설했다. 1978년 선유정수장을 세우면서 절경은 완전히 사라졌다. 당시 사진 자료를 살펴보면 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득해 삭막하기 그지없다.

과거 침전지를 그대로 활용한 수질정화원
과거 침전지를 그대로 활용한 수질정화원
선유도가 품은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정원 풍경
선유도가 품은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정원 풍경

20여 년 동안 영등포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선유정수장은 강북정수장과 통합되면서 이전했다. 폐정수장이 썰렁하게 남은 선유도는 버려진 공장을 재생한 첫 생태 공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영국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나 독일 뒤스부르크의 제련소가 변신한 란트샤프트공원(Landschaftspark Duisburg-Nord)에 비견될 만큼 건축사적 가치도 높이 평가받았다. 실제로 선유도공원은 건축가들이 꼽은 한국의 대표 건축물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선유도 이야기관, 녹색 기둥의 정원 등 볼거리 가득

선유도공원 정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리사무소 건물이 눈에 띈다. 이 건물은 수조에 모래와 자갈 등을 담아 불순물을 걸러내는 여과지였다. 수조가 있던 지하 공간은 장애인주차장과 공원관리실로, 여과지의 물을 관리하던 지상 건물은 방문자안내소로 쓰인다. 내부에 선유도공원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담은 사진 자료가 전시되니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관리사무소 오른쪽에는 수질 정화원과 온실이 자리한다. 과거 물속 불순물을 가라앉혀 제거하는 약품 침전지로, 여기서 처리한 물을 현재 관리사무소 건물로 보냈다. 지금은 수생식물이 식재된 계단식 수조를 거치면서 물이 정화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수생식물은 물을 오염하는 주원인 물질인 유기물과 인(P), 질소(N) 등을 뿌리로 흡착·흡수해서 호수나 연못이 자정작용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겨울에도 수생식물을 이용한 수질 정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온실은 옛 침전지의 스테인리스 수로를 그대로 사용했다.

선유도공원의 인기 포토존인 녹색기둥의 정원
선유도공원의 인기 포토존인 녹색기둥의 정원
한겨울에도 초록빛을 만날 수 있는 온실
한겨울에도 초록빛을 만날 수 있는 온실

이어 선인들의 풍류가 느껴지는 선유정, 송수 펌프실을 문화 공간으로 꾸민 선유도 이야기관’,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들어내고 기둥만 남긴 녹색 기둥의 정원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특히 선유도공원의 인기 포토 존으로 꼽히는 녹색 기둥의 정원은 규칙적으로 배치된 콘크리트 기둥을 휘감은 담쟁이덩굴이 계절마다 다채로운 빛깔의 생명력을 더한다. 마치 어떤 의도를 담아 제작한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옛 침전지의 구조물이 가장 온전하게 남은 시간의 정원도 손꼽히는 출사지다. 회색 콘크리트와 곳곳에 드러난 철근, 그 사이로 움튼 다양한 식물이 선유도가 품은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이어 정수장의 농축조와 조정조를 활용한 환경 교실’ ‘환경 놀이마당’, 원형극장이 시민에게 소중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한강이 바라보이는 곳에는 취수 펌프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나루가 평화로운 전망을 선물한다. 선유교와 이어지는 선유도전망대에선 한강 너머 북한산과 안산,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이 다시 태어난 하늘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료 한국관광공사 / 글·사진 권다현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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