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 제조업계, 코로나 장기화에 ‘인력난 심화’
창호 제조업계, 코로나 장기화에 ‘인력난 심화’
  • 차차웅 기자
  • 승인 2021.10.2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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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주52시간제 영향, 젊은 층 기피 현상도

창호 제조업계에 인력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52시간제 확대 시행 등이 겹치면서 각 업체들은 직원 충원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적 제조환경을 갖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우, 인력난이 더욱 극심하다는 게 일선관계자들의 전언이다.

PVC창호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조든 영업이든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여러 루트로 노력하고 있지만, 수개월 째 감감 무소식이라며 사무실 직원들을 수시로 제조현장에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역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의 장기화가 꼽힌다. 중소 제조현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외국인근로자들의 입국이 크게 줄면서 인력 공백이 생긴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달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외국인근로자(E-9) 근무인원은 162111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22~23만명 수준을 유지했음을 감안하면, 30% 가량 감소한 셈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창호업계뿐만 아니라 외국인근로자 비중이 큰 모든 분야에서 인력난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임금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하며 외국인근로자를 어렵게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50인 미만 사업장, 추가 인력 확충 압박

중소 창호 제조업체들의 인력난에는 주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도 적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52시간 근무제는 지난 2018년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이후, 올해 150~299인 사업장까지 확대되었고 7월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되었다. 대다수 중소 창호 제조업체가 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되면서 당장 추가 인력 확충 압박이 큰 실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40시간 근무에 연장근로 12시간까지만 허용되기 때문에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정상적으로 라인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채용이 불가피하다일감이 없는 시기의 인건비 부담을 감안하고 채용하려 해도 막상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산업계 상황을 고려해 고용노동부는 6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등의 활용을 유도하는 한편, 5~29인 사업장은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를 전제로 내년까지 주당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자리 감소, 종사자 고령화 가속화

젊은 층들이 창호제작 및 시공업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창호 관련업이 이른바 3D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공장들이 대부분 도시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각 지역에 위치하다보니 퇴근 후 생활을 중요시하는 젊은 층의 유입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종사자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밀한 작업을 요하는 창호모델이 증가하면서 신규 직원을 곧바로 핵심업무에 투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젊은 층은 단기간 근무 후 퇴사하는 사례가 많다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젊은 인력이 자리 잡고 성장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병역지정업체 선정을 통해 산업기능요원으로 제조인원을 충원해 온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방에 위치한 업체에 지원하는 산업기능요원이 크게 줄면서 인력 수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지 않은 투자를 통해 각종 인증을 취득하고 지정요건을 갖췄지만, 인력난을 맞닥뜨리기는 마찬가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결국 가족들을 동원하거나, 임원들까지 제조 업무에 나서고 있다인근에 대도시가 없는 지역의 경우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각 업체들은 중장기적으로 자동화 생산시스템을 확충해 체질개선을 진행할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당장 설비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인력난이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정규모 이상의 매출과 체력을 갖춘 업체들이 아니면 고려할 수 없는 카드라고 일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 자동화 생산시스템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향후 일정수준 이상의 물량이 지속적으로 확보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자동화 설비 투자를 감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창호업계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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