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전 개최
  • 백선욱 기자
  • 승인 2020.10.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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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 전시 전경 /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 전시 전경 /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전을 오는 20212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동시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로 평가되는 양혜규(1971~)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상, 산업, 유사-민속적 성격을 갖는 다채로운 재료를 통해 서사와 추상의 관계성, 가사성(domesticity), 이주, 경계 등과 같은 주제를 다뤄왔다. 인물과 사건, 현상을 포함하는 작가의 방대한 문화적 참조물(reference)들은 복합적인 조각과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매력적인 조형 언어로 귀결된다.

양혜규 작가 / 사진 제공 = 현대차동차
양혜규 작가 / 사진 제공 = 현대차동차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전에서 작가는 현실의 추상성'이라는 화두로 또 다른 도약을 시도한다. 생명 유지의 필수 요소인 산소(공기)와 물은 자연 상태에서는 물리적 현실이지만 인간이 고안한 화학기호에서는 ‘O2 ’, ‘H2O’와 같이 특정하게 추상화된다. 전시명에 사용된 O2 & H2O는 인간이 감각하는 경험의 추상적 성질을 미술 언어로 추적해온 작가의 관심사로부터 발현되었다. O2 & H2O는 과학적 사실계, 그 사실을 오롯이 인지할 수 없는 경험과 감각을 포함한 지각계, 기후, 재난 등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현상계를 총체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화두이다.

O2 & H2O는 우리의 현실만큼 혼종(混種)적인 전시이다. 양혜규는 다양한 사회-문화권에서 형성된 지식, 관습, 현상을 초월적인 시공간에서 환상적인' 시각 언어로 구사하면서, 방울과 인조 짚을 사용한 <소리 나는 가물家物><중간 유형> 등의 조각 작품 군을 생성했다. 형태적으로 생명체와 기계, 사물과 인간 사이 어느 지점을 가리키는 양혜규의 조각-존재는 설화적 기괴함과 친근함 마저 자아낸다.‘전시 속 전시'로 마련된 목우공방의 108 나무 숟가락은 작가의 지인 김우희 목수의 글과 숟가락을 전시하며 일상, 지역, 공동체, 공예적 수행성 등의 의미를 오늘날에 비추어 본다.

소리 나는 가물家物(2020) 설치 전경 /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소리 나는 가물家物(2020) 설치 전경 /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와 5전시실에 걸쳐 조성된 전시 환경은 민감한 접촉과 움직임을 유도한다. 통로-벽체, 문손잡이, 블라인드와 같은 일상적 요소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 또는 적층되어 일종의 성좌를 그린다. 서울박스에 설치된 높이 10m에 달하는 블라인드 조각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은 비스듬한 블라인드의 물성을 활용하는 작가의 최근 성향을 반영한다. 5전시실에서는 솔 르윗(Sol Lewitt, 1928-2007)의 큐브형 원작을 각각 ‘3배로 축소'하고 ‘21배로 확장'하여 다시금 하나의 커다란 큐브로 완성되는 두 개의 <솔 르윗 뒤집기>를 선보인다. 복도에 설치된 디지털 콜라주 현수막 <오행비행>과 벽지 <디엠지 비행>은 물질과 상징, 에너지와 기술, 기후와 사회적 양극화, 재해와 국경 등 우리가 마주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현상을 다룬다. 음성 복제(클로닝, cloning)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와의 협업으로 작가의 목소리를 복제하여 만든 인공지능 목소리 <진정성 있는 복제>는 정체성, 진짜, 유일함 등 진정성 있는 가치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작가는 오늘날 현대 문명이 처한 초현실적 상황에 대한 사유를 이들 작품을 통해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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