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습격, 창호업계도 예외없다
코로나19의 습격, 창호업계도 예외없다
  • 차차웅 기자
  • 승인 2020.03.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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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호흡기 감염질환 코로나19. 이로 인해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의 출입을 자제하는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크게 바뀌었다. 창호를 비롯한 건축자재 업계 역시 마찬가지. 각종 행사와 미팅, 출장 등이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영업·마케팅 환경이 어려워졌음은 물론, 각 회사 내부의 분위기도 직원 간 접촉을 최대한 억제하는 등 크게 바뀌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건축경기 하락세 속, 업계는 또 다른 암초와 마주하고 있다.

 

코리아빌드 등 주요 행사 잇따라 취소·연기

영업활동 둔화 불가피, 직원 안전 확보 총력

코로나19가 창호업계, 건축자재업계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건축경기 침체 분위기에 비수기까지 겹쳐 가뜩이나 실적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 바이러스 확산세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다수의 인원이 운집하는 행사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협단체들의 정기총회, 세미나, 시상식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큰 변화는 건축 관련 박람회에서 관측되고 있다. 1월과 2, 3월은 연중 가장 큰 건축 박람회가 연이어 열리는 만큼 많은 업체들이 그 기간에 맞춰 홍보전략을 세워왔지만, 올해는 다수의 국내외 건축·인테리어 관련 박람회들이 취소 또는 연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26일부터 31일까지 킨텍스에서 개최키로 했던 ‘2020 코리아빌드가 개막 이틀 전인 224일 밤 취소 결정되었고, 36일부터 8일까지 개최 예정이었던 동아전람-인천건축박람회918일부터 920일까지로 일정 변경되었다. 역시 311일 코엑스에서 개최를 기다리고 있던 서울리빙디자인페어224일 정부의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개최를 취소했다. 뿐만 아니라 최대 규모의 국제섬유박람회 프리뷰 인 대구(Preview In Daegu) 2020’도 결국 행사를 취소하는 상황을 맞았다.

특히, ‘2020 코리아빌드는 취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월 중순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정상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이후 급속하게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개최취소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던 것. 하지만 개막 3일 전까지도 주최사인 메쎄이상이 정상개최 방침을 내비치면서 참가 업체들은 잇따라 자체 참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주요 업체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참관객 방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쪽짜리 행사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왔고, 각종 언론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킨텍스 홈페이지, 경기도와 고양시 홈페이지에도 참가업체 직원들과 참관객의 건강을 염려하며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기업군 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빠르게 참가 취소 결정을 내린데 비해 소규모 업체들은 참가비용 환불이 어렵다는 소식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백,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손해보면서 참가를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직원들을 행사장에 근무하게 하는 것도, 모두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혹시 참가를 강행했다가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확진자가 행사장에 방문하게 되면, 사업장이 상당기간 폐쇄되고 직원들의 건강까지 잃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다그렇다고 회사사정 상 참가비용을 포기하는 것도 어려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결국 킨텍스와의 협의를 통해 메쎄이상은 행사 취소결론을 내렸고, 224일 밤 참가업체들에게 취소 안내 메시지를 전송하고, 유선상으로도 내용을 전달했다. 메쎄이상은 사무국에서는 안전한 전시회를 만들기 위해 마스크 무료제공, 에어샤워 설치, 열화상 감지기 설치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철저히 준비를 했다하지만 코로나19 위기경보 격상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2020 코리아빌드개최가 취소되었음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대책 등의 자세한 안내는 사무국 담당 직원을 통해 다시 한 번 연락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다소 뒤늦은 결정이라는 점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한편, 개막 전 취소가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박람회와 관련된 모든 주체들이 일정부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참여자들의 안전이 더욱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참가를 예정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킨텍스가 주최사에 대관료 환불 등 사태수습에 보다 빨리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취소결정이 늦어지면서 업체들과 직원, 직원가족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었고 경제적 손실도 더 커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어린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박람회 근무를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뒤늦게나마 취소가 결정되어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국가와 국민이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텅빈 전시회 현장
텅 빈 전시회 현장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 전인 131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 ‘52MBC건축박람회’, 213일부터 16일까지 열린 ‘2020 하우징브랜드페어등도 주요 업체들의 참가 취소는 물론, 예년 대비 크게 줄어든 관람객으로 인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 속에 치러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고민 끝에 참가를 결정한 업체들 역시 홍보 효과를 기대만큼 거두기 어려웠던 상황. 게다가 전시기간 내내 창문하나 없는 행사장에 상주해야 했던 참가업체 직원들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개최된 전시회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회사 방침상 전시회 참가하게 되어 행사 기간 동안 부스에서 방문객을 응대했다방역을 한다고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한정된 공간에 오갔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해도 불안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개최된 전시회 참가를 취소한 한 업체 관계자는 거래처 관계자를 부스에 모시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자체적인 판단이 있었다마케팅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직원들과 고객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털어놓았다.

해외, 특히 중국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박람회 역시 일정 연기 또는 취소가 불가피했다. 2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상해에서 열릴 계획이던 국제 차양·창호 무역박람회 ‘R+T ASIA 2020’628일부터 30일로 연기되었으며, 324일부터 26일까지 역시 중국 상해에서 열리기로 한 아시아 태평양 최대 바닥재 전시회 ‘DOMOTEX Asia/CHINAFLOOR’도 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뒤로 미뤄졌다.

이로 인해 박람회 주최 측의 손해가 막심함은 물론, 참가를 예정했던 업체들도 체류, 물류 관련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고 참가비용 환불을 논의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수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박람회 개최를 중단하는 조치가 취해졌다국내에서는 이를 주최 측 판단에 맡겨왔기 때문에 박람회 성격과 분야, 규모에 따라 개최여부가 갈렸지만, 대규모 확산이 시작된 2월 말부터는 정부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개최 예정이던 주요 박람회들도 일정 축소 또는 연기 소식을 알리고 있다. 318일부터 21일까지 독일 뉴렌버그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뉴렌버그 창호박람회(FENSTERBAU 2020)는 기간을 하루 축소하기로 했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기로 했던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20’33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유럽, 동남아, 중동 등 코로나19 확산이 진행되고 있는 다수의 국가에서 개최되기로 했던 대형 행사들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독일 뉴렌버그 창호 박람회 방문을 위한 예약을 일찌감치 해 놓은 상황인데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미지수라며 한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증가하면서 향후 상황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영업활동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업체에서는 건물 로비에서 개인정보확인 동의를 얻은 뒤 출입국 기록을 직접 확인해 중국 등 코로나 확산지역 방문객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지역 방문 여부를 구두로 확인한 후 출입을 허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회사 자체적으로 직원들에게 미팅 약속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업체들도 포착된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한 업체들은 더더욱 거래처와의 만남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대구의 한 업체 관계자는 업무 차 미팅 시 가까이서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해야 하는 데 그러한 접촉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별히 대면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되도록 유선상 또는 온라인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체와의 미팅 약속을 잡기 위해 연락을 취했는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만나자는 대답이 돌아왔다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영업적으로 아쉬운 마음도 든다고 전했다.

주요 생산업체가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차양 원단 업계와 창호 하드웨어 업계는 분위기가 더욱 침체된 모습이다. 평소 진행해 온 납품을 위한 방문과 미팅이 중단되면서 영업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일선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구에 위치한 차양 원단제조 업체 관계자는 대구시내는 차량과 행인의 움직임이 크게 줄었고, 식당에도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위기감이 엄습해 있다이런 상황 속에 거래업체들과 만남을 요청하는 것은 여러모로 맞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구지역에는 다수의 건축현장이 공사를 중단하며 산업이 마비상태라며 복구되고 정상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해외출장 역시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인해 전면 중단되거나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일본 등 확진자 규모가 큰 국가의 출장은 회사 차원에서 대부분 취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 운영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아울러 국내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상대 국가에서 출장 연기를 요청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OEM 또는 임가공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거나 원자재, 부자재를 수입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 국내 건축자재 업계 특성상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되면 회사의 존폐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목재 관련한 원자재를 전량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수입이 뚝 끊겼다국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재고를 거의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제품 제작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중국인들의 입국도 상당부분 제한되면서 제품 바이어들의 방문이 대부분 취소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예정되어 있던 거래협의가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거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중국에 방문하기도, 초대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 적지 않은 업체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건축 박람회에 중국 바이어가 방한해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고 거래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모두 무산되었다서로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회사의 앞날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건축 경기에 하락세 속에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한숨을 낳고 있다. 주요 거점에 큰 투자를 통해 마련한 제품 전시장을 찾는 고객이 뚝 끊겼으며, 예정되어 있던 실내 인테리어·리모델링 공사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하자는 고객도 적지 않다는 것.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시장 움직임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앞으로가 더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고 정상적인 모습으로 영업환경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각 회사 내부에서도 직원 간 접촉을 극도로 억제하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타 지방에 위치한 직원들과의 업무회의를 화상회의 형태로 열거나 예정된 회식을 취소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또한, 중국 출장 또는 방문 직원뿐만 아니라 사무실 상근 직원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업체도 존재한다. 업무진행의 효율이 떨어지고, 근태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만, 행여 사내에 확진자가 출입하면 사업장 폐쇄, 직원 추가 감염 등 더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창호제작 작업 시 평소에도 마스크를 착용해 왔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것은 느끼지 못하지만, 서로 대화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특정 종교로 인한 대규모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해당 종교 신도가 회사 내부에도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 대화와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회사 회식뿐만 아니라 친한 직원들끼리 잡아놓았던 소소한 술자리도 미뤘다점심식사도 각자 따로 하고, 근무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상황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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