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 제정 ‘효과는?’
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 제정 ‘효과는?’
  • 차차웅 기자
  • 승인 2018.05.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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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최소화 일환 과도한 하자보수 요구 우려도

 

표준계약서 공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 단체들은 표준계약서 활용을 통해 소비자들이 실내건축·창호 공사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피해를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창호·실내건축 시공업계에서는 해당 표준계약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하자보수가 이행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공사 금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가 제정되면서, 관련 업체·소비자 간 분쟁이 상당부분 예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해당 표준계약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지만, 그동안 관련 공사 진행 과정에서 분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창호 및 실내인테리어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 권익 보호 위주의 표준계약서라는 평가와 함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 목적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실내건축·창호 공사 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거래 당사자 간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지난 321일 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실내건축 관련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시공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실내건축 관련 시장이 지난해 기준 약 3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고, 한국소비자원은 실내 건축 관련 피해 상담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 지난해 무려 5000여건이 집계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한국소비자원 피해 구제 신청 건수 335건 중 부실 공사로 인한 하자 발생192(57.3%)에 달할 정도로 하자 관련 소비자 피해가 극심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때문에 공정위는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마련한 제정안을 토대로 국토교통부,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했고, 약관 심사 자문 위원회 및 공정위 소회의를 거쳐 이번에 표준약관 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표준계약서 공개 이후 소비자 단체들은 표준계약서 활용을 통해 소비자들이 실내건축·창호 공사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피해를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도 마찬가지다. 실내건축·창호 공사 업계의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표준계약서 사용을 적극 권장할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표준계약서, 소비자 권익보호에 집중

표준계약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권익보호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시공업자가 공사 일정과 총 공사 금액을 계약서에 기입하고, 공사의 범위와 물량, 시공 자재의 제품(제조사규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별도 내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계약과 다른 제품을 시공하는 행위를 예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또한, 공사 대금 지급 시 부실 공사로 인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 소비자는 시공업자에게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 하자보수가 이행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공사 금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공사 완료 후 추가 하자가 발생한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공사의 종류별 하자 담보 책임 기간에 따라 시공업자가 무상 수리를 하도록 규정했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이 크게 반영된 부분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시공업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총 공사 금액을 인상할 수 없도록 했으며, 소비자는 하자보수가 이행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공사 금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게다가 시공업자가 공사 완료 일자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사전에 합의한 연체 이율에 따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시공업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착공을 지연하거나, 공사 완료일 내에 공사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소비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공사 금액 지급 거절 등 악용 가능성 지적도

물론, 시공업체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도 표준계약서에 일부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가 공사 금액의 지급을 지연하면 사전에 합의한 연체 이율에 따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정 내지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타방 당사자에게 일정한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은 시공업체의 피해를 예방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창호·실내건축 시공업계에서는 해당 표준계약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하자보수가 이행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공사 금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 일선 시공현장 관계자들은 미세한 하자 또는 하자로 판별이 불분명한 상황을 놓고 공사 금액 지급 자체를 거부하며 재공사 등 과도한 보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창호 시공업체 관계자는 창호 시공 이후 개폐가 생각만큼 부드럽지 않다는 이유로 공사 금액 일부를 지급하지 않아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다표준계약서 활용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겠지만 오히려 과도한 하자보수를 정당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자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가 추가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그 근거는 업계와 소비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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