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벽지시장 매출 규모 소폭 상승(1)
상반기 벽지시장 매출 규모 소폭 상승(1)
  • 백선욱 기자
  • 승인 2018.07.0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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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가 인상 단행, 과당경쟁 속 신규 컬렉션 출시 이어져

 

올해 상반기 벽지시장은 전년대비 강보합세를 보이며 업계 전반적으로 매출 규모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벽지시장은 지난 2016년과 2017, 2년 연속 시장 물량 및 매출 규모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해의 경우 벽지 단가 인상 등 이슈로 인해 특히 매출 규모가 상승한 모습이며, 부동산 거래와 특판 시장의 활성화로 벽지 수요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규모로만 보면 올해 시장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시장 분위기가 딱히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올 상반기에 업계 전반적으로 진행된 벽지 단가 인상의 경우 원재료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조치였던 만큼, 실제 수익이 개선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수출 시장의 규모가 매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아울러 업계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하위권 업체들의 존재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이처럼 시장 내 문제 및 사정은 있지만, 벽지 업체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한 신규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이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시판·특판 매출 상승, 수출 규모 하락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의 벽지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LG하우시스, 신한벽지, 개나리벽지, 한화L&C, DID, 서울벽지, 코스모스벽지, 제일벽지 등 주요 벽지 업체들을 중심으로 매출을 검토해본 결과, 올해 상반기 시판 시장의 규모는 약 12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5% 이상 증가했다. 또한 특판 시장 규모도 500억 이상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좋았던 실적을 이어간 모습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판 시장에서 LG하우시스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 매출을 10% 이상 끌어올리며 시장점유율을 30% 이상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최상위권 업체인 개나리벽지도 올해 시판 점유율을 소폭 높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신한벽지 역시 약 2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강보합세를 보였다. 이에 벽지 시장 점유율 및 매출 1~3위인 LG하우시스, 개나리벽지, 신한벽지 3사의 시판 시장 점유율 합계는 70%를 넘어 75%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화L&C는 꾸준히 유통점을 늘리며 벽지부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보인 FT벽지는 올해 상반기에도 시판 시장에서 괜찮은 성과를 얻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외에 상위권 벽지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시판 시장에서 특별한 반등 없이 보합세 혹은 약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권 업체들의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특판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요가 엄청나, 이 시장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벽지, DID의 올 상반기 매출도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내수 시장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 거래 및 건축 시장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준공되는 전국 주택물량은 63만 가구로 전년(56만 가구)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 물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벽지 등 마감재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주택 및 전월세 거래량 실적도 괜찮았다. 올해 1~4월 누계 주택매매거래량(304579)은 전년 동기(274714), 5년 평균(298606)대비 각각 10.9%,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올해 1~4월 누계 전월세거래량은 약 646000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7.2% 증가했다. 이사 시 도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 역시 벽지 수요 증가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올 상반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내수 시장과 달리, 수출 시장은 성적표가 저조하다. 업계는 지난 2014년 약 13000만 달러까지 벽지 수출 규모를 끌어올렸지만, 지난 2017년에는 약 8000만 달러를 기록했을 정도로 규모가 축소되었다. 감소세는 올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올해 1~5월 누계 성적표는 약 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540만 달러)대비 약 15% 하락했다.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 중국 등 경쟁 국가의 강세 등이 수출 시장 감소의 이유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벽지의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로 파악되지만, 수입국의 규제 강화, 치열한 저가 경쟁 등 문제로 국내 업체들의 수출 물량 및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가·유지비 상승으로 벽지 단가 10% 내외 인상

사실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벽지 매출 규모가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업계 전반적으로 벽지 단가가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가격이 올라가면 당연히 매출이 증가한다.

올해 3월 개나리벽지를 시작으로 지난 6월까지 대다수 업체들은 벽지 단가를 인상했다. 업체별로, 컬렉션별로 인상폭은 상이하지만, 평균적인 상승폭은 10% 내외 수준이다. 물론, 타사 경쟁 품목군과 가격을 맞추기 위해 일부 컬렉션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업체도 있으며,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특정 컬렉션의 가격을 15% 가까이 인상한 업체도 있다.

벽지 가격이 인상된 것은 매우 오랜만이다. 벽지 가격은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최근 수년간 하락과 동결을 반복했다. 현재,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른 이유는 제조원가와 유지비의 상승 때문이다.

우선 벽지의 주재료인 제지가가 폭등했다. 제지의 원재료인 펄프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기준 유럽 펄프(BHKP) 가격은 톤당 1048.11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확히 1년 전 가격(톤당 773.49달러) 대비 35% 올랐다. 한국수입협회 조사 결과 브라질 펄프(BKP HARD) 가격도 톤당 840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5.3% 올랐다.

또한 원료 중 하나인 PVC가격도 지속 상승세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PVC값은 201512월 톤당 715달러를 기록한 후 구간별로 등락을 겪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올 초에는 톤당 980달러를 찍기도 했다. 이외에도 잉크 등 벽지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원료 대다수의 가격이 인상되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공장 유지비도 증가했다.

하지만, 제품가에 원가 반영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급등한 원재료비와 인상된 인건비를 감안하면, 벽지 단가는 최소 20% 이상 상승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하지만, 이 가격인상률이 반영되기에는 업계가 너무 민감하다.

실제로, 일부 컬렉션 단가를 꽤 높게 인상한 몇몇 업체는 가격을 뒤늦게 인상한 업체의 컬렉션 단가에 맞춰, 다시 인상률을 하향 조정했다. 또한 대체적으로, 컬렉션 가격 인상 시기가 늦은 업체일수록 앞선 업체들보다 인상폭이 적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 상반기 가격 인상에 있어 업체 간 눈치싸움이 계속되었다가격을 맞추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인상폭 조정이 한차례에서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상반기 매출 증가가 하반기 악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력이 있는 대리점들은 벽지 가격 인상에 앞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이는 상반기 매출 상승에 기여했고, 대리점들이 미리 재고를 확보한 만큼, 시장상황이 좋지 못하면 하반기 수요가 예년보다 더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 심화, 브랜드 편중 현상 야기

이 같은 치열한 단가 경쟁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뚜렷한 모습이다.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20개가 넘는 벽지 업체들이 활발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가지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업체는 채 10개가 되지 않는다. 최상위권 3사가 시판 시장 점유율 75%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편중되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보다 가격·인지도가 더 중요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지 제품이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크다. 최상위권 업체들은 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년전부터 꾸준히 단가 인하를 단행해왔고, 그 결과, 현재 시장에서 업체들 간의 제품가 차이가 거의 없다. 또한 제조사뿐만 아니라, 대리점 역시도 가격 경쟁에 몰두하고 있어 실제 인테리어전문점에 공급되는 벽지 가격은 거의 모든 브랜드가 비슷하다. 비교적 낮은 단가가 큰 경쟁력이던 하위권 업체들의 설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상위권과 하위권 브랜드 간 벽지 가격 차이가 없다보니, 인지도 높은 브랜드 제품으로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무지 제품 중심의 경쟁이 이어지다보니, 업체들의 디자인 개발 의지도 살짝 꺾인 모습이다. 한 벽지 업체 디자이너에 따르면, 무지 및 단조로운 패턴이 인기가 있다 보니,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에 열중하기 보다는 컬러감 등 비교적 단순한 것들에서 차이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디자인이 경쟁 요소로서의 가치를 조금씩 잃어가자, 최근 업계에서는 인기 있는 컬렉션을 제외한 컬렉션들의 리뉴얼 주기를 점차 늘러가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1년마다 리뉴얼 하던 자사의 몇몇 컬렉션의 주기를 최근 1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가격과 인지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린 시장에서 권당 10억이 넘는 돈이 투자되는 컬렉션의 주기를 짧게 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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