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호의 조명디자인 조도와 휘도
차인호의 조명디자인 조도와 휘도
  • 월간 THE LIVING
  • 승인 2016.06.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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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까지 조명기구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살펴보았고, 이번 호부터는 본격적으로 조명용어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다. 지금까지 조명관련 조도, 휘도, 광도 와 같은 용어들은 빛의 물리적 특성인 광학(광학)이나 전기공학에서의 조명에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된 문헌이 대부분이다. 이에 필자는 인간이 빛을 공간에서 지각하는 인지적 측면에서, 그리고 조명 디자인적 관점에서 용어를 해설하려 한다.

 

조도와 휘도

조명용어들 중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바로 조도와 휘도이다. 조도(照度)와 휘도(輝度)는 두 용어를 서로 비교해야 서로의 의미가 보다 명확해진다. 조도와 휘도는 본래 한자어이므로 한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조도의 조()비춘다는 의미이고 휘도의 휘()빛나다는 의미로서 비춘다빛나다는 엄격히 다르다. 즉 조도는 비추는 정도를 나타내는 빛의 크기이고, 휘도는 빛나는 정도를 나타내는 빛의 크기이다. 조도는 어느 한 지점에 입사되는(들어오는) 빛의 양인데 반해, 휘도는 대상 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을 가리킨다. 결론적으로 조도는 엄격히 말해 인간이 느끼기 힘든 빛의 밝기이다. 인간이 밝다라고 느끼는 대부분의 상황은 광원에서 나온 빛이 어느 대상 면에서 반사되어 안구에 들어오고 그 빛을 전자적 신호로 바꾸어 뇌 속에서 인지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대부분의 밝다라고 느끼는 상황은 반사되는 빛을 우리가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사되는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휘도의 개념(상황)이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전구나 광원을 눈이 아프게 쳐다보면서 직접 빛을 의도적으로 눈에 들어오게 하여 바라보는 상황은 거의 없다. 실제로 조도계로 조도를 측정할 때는 광원의 빛과 조도계의 측광 부위를 마주 보게 하여 측정한다. 조도계와 같은 측광장비로는 눈부신 빛을 마주하고 빛의 세기를 측정하지만 우리는 그 빛이 너무 눈부시기 때문에 가급적 그러한 상황은 피하려 한다. 그런데도 일상적으로 조도가 널리 공간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알려져 있는 것은 휘도보다 측광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휘도계보다 조도계가 측광장비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공간의 밝기를 논하는 데 있어 조도에만 의존해서 조도가 몇 럭스인지 이곳은 밝고 저곳은 어둡다라는 식의 판단은 공간의 밝기를 빛의 양적 그리고 객관적 지표로 나타내는 데 있어 조도가 가진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휘도가 중요하다.

 

조도(照度)’는 빛 밝기의 정도, 대상 면에 입사하는 빛의 양을 나타내며, 단위는 lx 또는 lux로 표기하며 룩스또는 럭스로 읽는다. ‘휘도(照度)’는 눈부심의 정도, 대상 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을 나타내며, 단위는 ‘cd/m2’로 쓴다. 휘도는 한 방향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밝게 보이는가를 나타내기 때문에 휘도가 높다또는 휘도가 낮다로 표현한다. 공간의 전체적 인상으로 밝고 어둡기를 평가하는 데 더욱 효과적인 측광량이다.

조도와 실재 인간이 느끼는 밝기감은 차이가 있다. 조도는 물리적으로 산출되는 절댓값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만 인간의 눈은 상대적인 밝기에 의해 공간의 밝고 어둡기를 인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높은 조도가 반드시 밝다라는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조도는 부정확하며 실제 공간의 밝기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생활습관이나 인종에 따라 밝기감을 느끼는 개인차가 발생한다. 주위환경과 명순응과 암순응과의 관계, 그리고 공간의 색과 소재의 차이와 변화, 빛의 조사방향과 범위, 빛의 수직적 요소 유무에 따라 인간의 눈은 빛의 밝기를 각기 다르게 느낀다. 대자연 속 깊은 밤의 어두움에서는 도시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작은 별빛도 얼마나 아름답게 빛을 발산하며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보름달은 0.2lux의 밝기로 조도상으로는 매우 미약한 빛이지만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한편 도심의 상가조명은 주변에 지나치게 눈부신 광원이 있다거나 공간 연출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몇 천 럭스나 되는 빛도 상대적으로 밝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빛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배경을 만들어낼 때 조도가 아닌 휘도에 더욱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바닥이나 작업면 그리고 벽면 등의 조도라 하면 그 면에 입사하는 빛의 양을 나타내는 것이고, 휘도는 그 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유입되는 빛을 받는 피조사면(被照射面)은 각각의 색채나 마감재의 재질에 따라 고유의 반사 특성과 반사율을 가진다. 조명디자인에 있어서 빛을 받는 대상에서 반사되는 빛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조도와 조도계가 나타내는 밝기는 인간이 느끼는 밝기가 아니다. 그것은 같은 조도에서 밝혀지고 있는 면이 검은색일 때와 흰색일 때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설명할 수 있다.

 

사진1

AB중에서 어느 쪽 방이 더 밝게 느껴지는가? 같은 크기의 방에 같은 조명을 설치한 양쪽 모두 같은 조도이다. 여기에서 벽지만 어두운 색과 밝은 색으로 양쪽의 차이를 주었을 경우 밝은 색의 방이 밝아 보이는 것은 밝은 색 벽지가 휘도가 높기 때문에 생기는 휘도의 차이 때문이다. ‘시각적인 밝기의 대부분이 이렇듯 대상의 반사 특성(휘도)과 조도의관계로 얻어진다. 따라서 조도 계산이나 수평면의 측정 조도 결과만으로 공간의 밝기를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AB보다 휘도가 높은 벽지를 사용하여 - A쪽의 벽면이 반사율이 높은 소재의 벽면으로 보다 밝다. - 공간의 밝기감을 확보하는데 더욱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요 자연광의 조도는 다음과 같다.

초승달 0.01lux

보름달 0.20~0.27lux

촛불 1lux

맑은 하늘의 어둑어둑한 일몰 시의 황혼 3 .74lux

해돋이와 해넘이 400lux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 10,000lux

한 여름 대낮의 태양 10~13lux

 

사진2

조도는 수평면조도와 수직면조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도라고 하면 수평면조도만을 가리킨다. KS 기준에 나와 있는 조도 기준도 수평면조도를 말하며 그 밖의 해외 기준도 그러하다.

앞서 설명한 내용을 비추어볼 때, KS 기준상에 나와 있는 조도 기준을 보고 객관적인 공간의 밝기를 논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공식적인 KS 기준의 영문 파일 이름은 ‘Recommended Levels of Illumination’이니 말 그대로 권장조도기준이다. 권장사항이니 반드시 이대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참고하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조명설계 현장에서는 KS 권장조도를 기준(Standard)’이라고 여기고 맹목적으로 따르려는 경향이 많다. 그보다는 바닥과 벽, 천장의 색과 반사 성질을 고려한 마감재의 선택과 빛의 수직적 요소와 입체적의 요소의 확보와 같은 빛공간 내부의 여러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여 효과적으로 빛을 계획해야 공간에 있어 빛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

KS 권장조도기준은 어디까지나 참고만하기를 권한다. 상대적인 공간 분석에 의한 빛의 데이터가 아니라서 실제 조명계획에서 이 기준을 지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러한 권장조도 기준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공간의 구성 요소들을 자세히 살피고 빛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조도는 본래 작업을 위한 빛을 위한 밝기의 정도를 나타내는 측광량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조도라고 하면 수평면조도를 가리킨다. 수평면조도는 바닥이나 책상면의 조도를 말한다. 천장에 있는 조명을 기준으로 아래로 향하는 빛의 밝기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수직면조도는 연직면조도라고도 하며 벽면이나 교실의 칠판의 밝기를 위한 조도이다. 즉 공간에서의 수직적 요소를 인식시키기 위한 조도이다. 골프 연습장에서 클럽으로 쳐낸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바닥에 놓인 골프공을 내려다보는 것은 수평면조도가 필요하다. 스윙을 해서 공을 클럽으로 쳐내는 상황까지는 수평면조도가 요구되며, 날아가는 볼을 보기 위해서는 수직면조도가 필요하다.

교실공간의 빛을 예로 들자면,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 학생이 의자에 앉아 책상에 놓인 책을 내려다볼 때는 수평면조도에 의존하고 칠판의 판서 내용을 볼 때는 수직면조도를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의 수직면조도는 빛의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직면휘도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눈으로 대상을 보고 인지한다는 것은 반사된 빛에 대한 인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직면조도와 수직면휘도는 모두 빛의 수직적 요소라고 정리할 수 있다. 교실에서 칠판을 바라보거나 회의실에서 빔 프로젝터 화면을 볼 때, 우리는 빛의 수직적 요소가 필요하다.

자료 차인호공간조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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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채민 2021-08-07 19:13:53
정말 고맙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