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호의 조명디자인 주거공간 빛환경과 조명디자인의 문제
차인호의 조명디자인 주거공간 빛환경과 조명디자인의 문제
  • 월간 THE LIVING
  • 승인 2015.03.0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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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는 우리가 접하는 공간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며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주거공간의 빛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는데 우선 지금의 주거공간에 있어 빛의 문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다음 호부터는 그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 본 칼럼의 내용은 저자가 저술한 조명디자인관련 책들의 내용에 근거한 임을 밝혀둔다.

 

첫째, 빛의 해석이 획일적이다.

현대 주거공간에서의인간의 행위는 매우 다양하다. 먹고 자고 씻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읽고, 공부하는 등 이러한 행동에 맞추어 주택공간 내부의 각 공간은 빛은 공간의 목적에 따라 우선 구분되는 것이 당연하다. 공간내부에서의 행위와 공간의 목적이 확연하게 다른데 어떻게 안방과 아이들 공부방의 천정조명이 같을 수 있는가? 특히 거실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여러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충분히 고려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TV를 시청하는 장면, 소파에 편하게 누워서 쉬는 장면, 독서나 신문을 읽는 장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 등 가능한 모든 장면에 대응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실내 주거공간은 전통적으로 서구의 그것과 같이 침실, 식당, 주방, 거실의 공간구분이 확실하여 침실에서는 잠을 자고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며 거실에서만 가족이 모여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러한 성격의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사물의 이동으로 같은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함으로써 실내 주거공간의 특성을 규정짓게 된다. 예를 들면 한국의 전통적 실내공간에서 중요한 ”(주거공간의 실내공간 구획)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은 안방, 사랑방과 같이 누가 머무르는가(사용자)에 따라 구분된다. 밥상을 가지고 식사를 하면 식당이 되고, 이부자리를 펴면 침실이 되며 서안(책상)을 펴고 앉으면 공부방이 되기도 한다. 즉 한국 전통적 공간에 있어 은 밥상, 이불, 서안과 같은 사물의 이동이 공간의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가변적이면서 다양한 공간의 목적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공간이 된다. 그러나 실제 공간 계획도 그렇고 조명계획에 있어서도 우리는 서구의 것을 그대로 흉내만 내어 적용하다 보니 불편할 따름이다. 이에 맞는 한국적 주거공간에 걸맞은 실내 조명계획이 요구된다.

 

둘째, 일실일등(一室一燈) 방식의 조명환경

가끔씩 조명디자이너라고 하면 뜬금없이 제 방이 좀 어두운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또는 거실이 어두운데 등기구 안에 있는 램프를 밝은 것으로 교체하면 좋을까요?” 라고 문의해 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그 개선하려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듣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가 천장에 달려있는 전반조명 하나를 가지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이다. 획일적으로 빛의 양을 더 확보하기 위한 방법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해결하는 방법은 그 전반 조명의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그냥 두고 다른 국부조명으로 보광해주는 것이다. 즉 빛을 보충해주면 될 것이다. 여기서 이 부분에 아직 이해와 인식이 많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은 경우가 생긴다. 스탠드를 이용하거나 공부방이라면 간접조명으로 된 조명기구를 설치하거나 광원을 다양화하고 다각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함으로서 공간 내에 적절한 그림자를 만들어 주는 효과가 생겨 빛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고 눈에도 피로감이 적고 심리적인 안정감도 생기게 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공간이 천정중앙에 설치된 조명 하나가 그 공간에서 유일한 조명인 경우가 많다. 전반조명이자 국부조명이며 그 공간의 바닥조도가 그 공간의 빛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전부이고 빛의 질이다. 광원의 사용을 공간의 목적과 인간의 행위에 따라 세분화 시켜야 한다. 이러한 기존의 일실일등(一室一燈) 방식의 조명계획보다는 다등분산(多燈分散) 방식의 조명계획을 지향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한국의 실내공간에 왜 이와 같은 일실일등 방식의 조명이 널리 보급되었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기조명이 개발되기 이전의 환경, 그리고 전기조명이 개발된 초기 단계의 시기에는 공간에 있어 일정한 밝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정한 면적 이상의 공간을 밝히기 위해서는 다수의 촛불이나 등잔, 그리고 백열전구로 설치해두고 그 빛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광원의 기술적 발전으로 기존의 광원에 비하여 총 광속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이곳저곳에 광원을 설치하지 않아도 천정에 하나의 씰링라이트 하나로 특정 공간의 밝기를 충분이 얻을 수 있었다. 3장에서 설명한 빛의 역사와 문화의 내용에서도 설명했듯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하게 빛의 양을 필요로 했던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에서 주로 기존의 백열전구에 비해 월등히 고효율 광원인 형광등을 주로 사용한 씰링라이트(천정등)을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일실일등의 조명방식에서 다등분산 방식의 조명계획을 지향하는 것은 빛의 양적 만족에서 빛의 질적 추구를 통해 쾌적하고 풍요로운 조명문화를 열어가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전반조명과 국부조명을 공간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적절히 구분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은 아직도 대부분의 공간에서 전반조명과 국부조명의 구분이 거의 없다. 공간에서의 빛을 정량적 기준만을 강조하여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연광과 시간의 흐름을 무시한 빛의 계획

인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주거공간이다. 물론 과도한 업무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이 사무공간인 경우의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먹고 자고 쉬면서 또는 최근에는 자택근무형태의 노동으로 일도 하면서 주거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만큼 주거공간의 빛환경은 공공의 공간에서 요구되는 보편적이고 기능성 위주의 빛에 대하여 사적인 빛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더욱 민감해지고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주거공간이 쾌적하여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아이들의 학습이나 가족구성원의 성공적인 사회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가족구성원들이 편안하고 쾌적해야 할 집안에서도 사무실과 다름없이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긴장감 넘치는 작업을 위한 조명환경에서 보내게 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지금까지의 주거공간에서 빛은 밝다또는 어둡다두 가지 상황 중 한 가지만 고민해왔다. 어두워지면 조명을 켜고 밝아지면 끄게 된다. 이렇게 단순하게 이원화된 “ON & OFF”의 개념 외에는 없었다. 전기조명만 가지고 공간의 빛을 생각하게 되면 이러한 단순한 결론 외에는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주거공간에서는 자연광과 시간의 흐름을 고려한 빛의 계획이 필요하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자연광을 차광(遮光)하거나 조광(調光)하여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쾌적하며 건강에 이로운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며 전기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측면과 환경적인 부분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빛의 계획에 자연광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자연광을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에 요구되는 빛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료 차인호공간조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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