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부엌가구 '명장' 1호 에넥스 송준홍 직장
[PEOPLE]부엌가구 '명장' 1호 에넥스 송준홍 직장
  • 백선욱 기자
  • 승인 2008.09.05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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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가구‘명장’ 1호 에넥스 송준홍 직장
‘내 보물1호는 설비회사를 찾아다니며 밤새 정리한 노트 한 권’

 

 

부엌가구에도 ‘명장’이 있다
에넥스 황간공장 송준홍 직장은 부엌가구 1호 ‘품질명장’으로 주방가구 산업에 일획을 긋고 있다.
“최고의 부엌가구 명장이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나만의 영광이 아니라, 부엌가구업계의 영광이고 그만큼 부엌가구의 기술력이 발전되었다고 인정받은 것이기도 합니다. 이젠 그동안 배운 실무와 이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품질 경영 교육자로서 혼신의 힘을 쏟고 싶습니다”
이것은 2007년 11월 23일 당시 송준홍 직장이 ‘품질명장’으로 선정되면서 밝힌 수상소감이다. 
‘품질명장’이란 산업현장의 근로자 중 장인정신이 투철하고 품질향상을 위하여 품질경영 활동에 헌신한 모범 근로자에게 국가가 주는 최고의 상이다.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최고의 영광이자 꿈의 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수상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동일기업 생산현장에서 대기업의 경우 10년 이상 근무해야 하며, 분임조 활동 5년 이상, 품질개선에 현저한 공적이 있고, 만 35세 이상에게만 주어진다. 

 

에넥스의 개선왕, 제안왕, 워크 홀릭
송직장의 역량은 작업 현장에서 두드러졌다. 직원들 사이에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로 유명하다. 에넥스에 82년 입사하여 25년 동안 근무한 ‘에넥스 맨’으로 입사 후 회사에서 12시 이전에 퇴근한 일이 드문 ‘워크 홀릭’으로 불려 지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생산현장에서도 그가 세운 기록들은 전무후무하다. 보통 40세 정도에 반장으로 승진하지만 89년에 최연소, 34세로 반장으로 승진하였고 국내 유일 부엌가구 공정이 모두 다 있는 황간공장에서 모든 생산과정을 두루 거친 인물이기도 하다.
생산현장에서 중요시 되는 개선, 제안활동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매년 200건 이상을 제안, 95.2% 채택률을 기록할 정도로 생산현장의 품질개선에 뛰어나다. 고질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찾아내 개선해 낼 정도로 그의 능력은 뛰어나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선, 에넥스의 확고한 경쟁력이 있는 도장제품 생산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레드, 블루, 오렌지, 블랙 등 컬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이 제품이 2000년부터  시장에서 크게 각광 받음에 따라 그는 큰 고민에 빠졌다. 에넥스만이 가진 제품이기 때문에 생산량과 품질을 더욱 높인다면 에넥스가 최고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2년부터 그는 수십 단계를 거쳐 생산되는 생산라인에서 정체되어 생산속도가 떨어지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바로 잡기 시작했다. 1년만의 정체되어 쌓여있던 제품의 수를 1/3로 줄였고 각 공정의 효율성도 따지기 시작하였다. 12시간 장시간 건조의 문제점을 파악, 최단기간, 최고의 품질을 낼 수 있는 건조시간 연구에 들어갔다. 새로운 도료개발로 7시간으로 건조시간을 대폭 줄여 인당(8시간기준) 20대를 생산하던 생산성을 50대까지 높였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02년 생산량 33만대를 2년 만에 77만대까지 2배 넘게 키우는 현격한 공을 세웠다.

 

에넥스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8년 연속 수상의 수훈자
그러던 그가 2003년부터 스스로 대리점을 직접 방문하며 현장의 소리를 들으며 품질을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에넥스 컬러 도장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 업체들이 유사제품을 선보여 걱정이라는 영업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품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리기로 맘을 먹었다.
단순히 컬러 표현만이 아니라 좀 더 자연스럽고 품격 있는 컬러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찾은 것이 바로 표면 평활도이다. 표면의 평활도가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즉 연마가 얼마나 잘 되었느냐에 따라 컬러가 더욱 잘 입혀지고 고급스런 느낌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미 연마기술력은 최고 수준으로 더욱 향상시킬 방법을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설비를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설비 만든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면 해결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설비회사에 찾아가 다시 자료를 받고 매뉴얼 책 공부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며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때 매일 밤 정리한 200페이지 분량의 노트는 그의 보물 1호라고 한다. 연구와 테스트, 개발한 것을 정리해 둔 것으로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노트를 들여다보며 해결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그가 세운 공은 헤아릴 수가 없다. 2000년에는 특이한 기술로 문짝 테두리를 가공해야 하는 ‘휘모’ 제품의 생산방법을 개발하여 그 해 30억의 부가가치를 거뒀으며, 7명이 유리문 작업을 하던 생산과정을 기계를 개발하여 한명이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수많은 제안, 개선으로 그는 매해 제안왕, 개선왕으로 뽑혔고 개선을 통해 원가절감, 낭비를 개선한 금액만 지난해 5억원이 된다.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에 황간공장은 업계유일 산업자원부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8년 연속 수상하였고 건설업체, 해외 가구업체들에서 견학을 오거나, 대학생들의 견학코스로도 유명하다. 

노하우를 전수해 한국 부엌가구 명성에 일조하고 싶다
그는 이런 노력과 해박한 지식 때문에 직원들에게 신뢰도 두텁다.
“생산현장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 잘 화합을 이뤄야만 개선될 수 있습니다. 직원들도 함께 동참하여 개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라며 그는 생산현장에서의 리더쉽의 중요성을 말한다. 시키기 보다는 직원들 모두 스스로 개선 할동을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개선활동으로 받은 포상금을 2년 동안 모아서 17명의 직원 모두에게 반지를 해 준 일화도 유명하다.  
그에게도 큰 위기는 있었다. 90년대 초반 6년 동안 매일 밤 12시까지 야근을 하다 보니 건강이 쇠약해져 갑자기 쓰러져 4시간 동안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가까스로 깨어난 후 갑자기 밀려드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후회감에 3일 후 사표를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회사 측의 간곡한 만류로 건강을 찾은 6개월 후에 다시 회사를 찾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저는 다시 찾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일에 대한 사고관도 바뀌었어요. 즐겁게 일을 하고 직원들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에도 잠시도 쉬지 않고 바쁘다. 이론적인 공부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기계 설계, 전기 등 생산에 필요한 공부에서 벗어나 이제 리더쉽에 대한 책에 매달려 있다. 그의 새로운 욕심 때문이다. 교육자로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부엌가구 기술력을 더욱 높이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꿈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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